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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fter 스마트라이프 4회> 빅데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구글 통·번역서비스 ‘데이터’의 힘
전세계 1년 번역서 정보량을 하루에…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켜고 뉴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업무시간에는 PC로 세상 모든 정보를 확인한다. 우리는 눈뜰 때부터 잠잘 때까지 끊임없이 정보와 접하고 있다. 우리가 하루 동안 접하는 정보량은 100년 전 사람들이 평생 취하는 정보보다 월등히 많다고 한다. 미국인의 경우 하루에 가정에서 소비하는 정보량은 3.6제타바이트(ZB)에 이르는데, 이는 영화 한 편이 들어가는 DVD 9000억개와 맞먹는 분량이다. 그야말로 데이터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많은 데이터 중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려면 분석 작업을 거쳐야 한다. 데이터가 ‘구슬’이라면 이 구슬을 꿰어서 보배로 만드는 것은 ‘데이터마이닝’이다. 데이터마이닝 기술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결코 고객이 남긴 데이터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고객이 올린 댓글이나 검색 단어, 자주 들르는 장소 등 모든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로 이어진다.

최근 ‘빅데이터(Big Data)’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빅데이터를 단순히 매출을 늘리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쯤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접근방법만 달리하면 빅데이터는 고객에게 상상 이상의 큰 가치(Big Value)를 제공할 수 있다.

구글은 수억건에 달하는 유럽의회 문건과 자사의 전자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방대한 자료를 활용해 통ㆍ번역 서비스를 정교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을 구글로 끌어들이고 있는데 구글 웹사이트를 통해 하루 동안 번역되는 문서의 양이 전 세계 모든 전문 번역가들이 1년 동안 출판하는 책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점점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나중에는 전문용어, 유행어, 사투리 번역은 물론 실시간 음성 인식 번역도 가능해질 것이다. 구글은 번역 서비스로 돈을 벌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래서 내놓은 것이 통ㆍ번역 서비스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 중 많은 부분은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이 정보들이 리스크 감소, 편익 증대, 공익적 활용 등 고객이 납득할 만한 방법으로 쓰이지 않는다면 빅데이터의 활용은 기업에 오히려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범죄 예방 시스템이나 일본의 당뇨병 예측 시스템은 기업이 정부 및 학계와 협력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한, 좋은 사례다.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소수 기업만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빅데이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비율이 60%에 달했지만 정작 이 중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빅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이 되지 않아 도입을 꺼리는 것이다.

개인 정보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 데이터 통합 및 관리 체계화, 소프트웨어 인력 확보 등 국내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대하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소비 패턴 분석이나 구매 욕구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지닌 무한한 가치를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놓치는 소탐대실의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허정욱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jw.heo@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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