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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가정주부 김모 씨가 점당 10원짜리에서 10만원짜리 고스톱에 빠진 사연?
[헤럴드경제= 서상범 기자] 김모(여ㆍ44) 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아들 하나에 남편과의 사이도 나쁘지않았다. 그냥 그녀는 보통의 주부였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김 씨의 일상은 무료해졌다. 낮의 대부분을 집안일 등으로 보냈고 말 벗이 돼주던 아들도 사춘기로 인해 조용해졌다. 영업을 하는 남편은 거래처가 늘어갈수록 귀가시간이 늦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다 김 씨는 동네에서 알고지내던 다른 주부들과 친해졌다. 서로 비슷한 처지의 사정을 나누며 어울리던 그들은 가끔 김 씨의 집에 모여 심심풀이 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점 당 10원짜리 화투를 치면서 남편 욕, 아이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이 있다는 것에 김 씨는 위안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야기보다 화투가 목적이 돼 버렸다. 점 10원짜리는 100원, 1000원이 됐고 급기야는 수만원대의 판돈을 걸게 됐다. 생활비는 화투 판돈에 들어갔고 도박 장소도 김 씨의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주부들의 집, 심지어 사람들의 눈을 피해 펜션까지 원정을 가기도 했다.

그만 둬야지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도박에서 잃은 수백만원의 돈이 아까웠다. 잃은 돈만 회복하면 아이에게 멋진 옷과 신발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김 씨는 더욱 도박에 열중했다.

결국 김 씨는 지난 6월 충청남도 아산시의 한 전원주택에서 도박을 하던 중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도박장에 있던 수십 명의 가정주부들도 함께 검거됐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단지 위안거리로 시작한 화투가 이렇게 중독이 될 지 몰랐다”며 흐느꼈다.

최근 경찰 등에 단속되는 도박 사건에 주부들, 특히 평범한 주부들이 연루되고 있다.

과연 보통 주부였던 그녀들은 왜 도박에 연루되는 것일까.

대검찰청 2011 범죄분석에 따르면 도박범죄는 모두 1만3275건(2010년 기준)이었다. 이중 여성범죄자는 5392명으로 전체 도박범죄의 40%였다. 여성은 무모할 수 있는 도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각이 틀렸다는 통계치다. 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여성도박중독률은 3.0%였다. 남성중독률 9.3%에 비해 낮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보다 신상의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실제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사감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여성도박은 가정파탄과 자녀양육 문제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폐해가 크다.

전문가들은 주부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이유로 사회적, 심리적 이유를 꼽는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 특히 주부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사회여건상 쉽게 도박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영민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장은 “도박유형을 ‘자극 추구형 도박자 ㆍ회피형 도박자’ 로 나눌 수 있다”며 “자극 추구형의 경우 어릴때부터 경쟁을 좋아하고 더 큰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남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전 센터장은 이어 “여성의 경우 힘든 상황, 정서적으로 우울한 상황에 대해 빠져나오기 위해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은 회피형 도박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성 도박을 남성에 대한 반감, 경쟁심의 결과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다.

한편 도박중독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의지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 센터장은 “여성들은 도박중독에 대해 치료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이는 ‘여자가 도박을 한다’는 낙인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도박중독은 누구나 도박을 하다보면 걸릴수 있는 질병’이라는 국민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며 “도박으로 입건된 경우 기소 등 단순처벌 보다는 중독에 대한 치유과정을 병행하는 근본적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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