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메모리 반도체 공급패러다임 … 30년만에 바뀐다
[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30년간 이어져온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의 등장이 지연되고 있는 반면 제조사 과점화, 칩 가격의 극단적인 약세, 비 메모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 등이 맞물리면서 제조사들이 과거와 같이 메모리 공급량을 늘리는 패턴이 끝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30년간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동일한 패턴을 보여왔다.

새 메모리 칩이 개발되면 제조사들은 공정 미세화와 집적화 등을 통해 칩사이즈 줄이기에 집중한다. 하나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어 개당 원가를 줄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런추세가 1~2년 지속되면 생산설비는 늘지않고도 공급량은 크게 증가한다. 당연히 반도체 값은 떨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흔히 ‘악순환(Vicious Circle)’으로 표현한다. 이익율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 결국 반도체가격 급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는 용량이 늘어난 새 반도체의 등장으로 돌파됐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이다. 당연히 수많은 업체들이 메모리용량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집적기술이 정점에 달하면서, D램은 20nm 급, 낸드(NAND)는 10nm 정도의 수준에서 추가적인 미세공정화(Tech migration)가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 더 작으면서 메모리 용량은 더 큰 반도체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의미다.

그런 가운데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시장마저 뒤흔들어놨다. 전자제품 수요와 함께 반도체 수요도 감소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업체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불과 10년전만해도 수많은 업체들이 치고받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최근 일본의 엘피다를 인수한 마이크론 등 3사의 과점 체제로 정리됐다. 대만의 파워칩-프로모스 는 명맥만유지하고 있고, 키몬다(Qimonda)나 윈본드(Winbond) 같은 업체들안 아예 사라졌다. 


하지만 살아남은 3사가 과거와 같은 메모리 집적화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당분간 적다.

독보적인 1위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보다는 규모가 4배이상 크고, 수익성이 높고, 수요도 폭발하고 있는 비메모리분야에 관심이 높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1등기업으로 거듭나면서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AP(응용프로세서) 등의 시스템LSI에 더 공을 쏟고 있다. 신규투자나 공정전환 등을 통해 생산의 상당부분을 시스템LSI로 돌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말이면 비메모리분야 1위인 인텔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업체들은 ‘형편상’ 보완투자 이상의 대규모로 메모리 설비투자가 어렵다. 게다가 D램과 낸드 모두 그간의 대량공급으로 가격이 필요이상으로 낮아져 있는 상태라 제조사들이 무리해서 생산량을 늘릴 동인도 없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30년만에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부족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공급의 패러다임은 바뀐 반면, 윈도우8, 새로운 태블릿 PC, SSD 등의 출시가 확대될 3분기 정도부터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30년간 지속됐던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법칙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획기적인 반도체 소자기술이나 제조 신기술이 도입되지 않는 한 메모리 공급량 증가는 과거와는 상이한 패턴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sw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