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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수 기자의 시승기> 매력적 엔진음 질주본능 자극…53대47 황금비율 코너링 완벽
도요타 ‘86’
고등학생 후지와라 다쿠미가 전국 각지의 고급 스포츠카와 다운힐에서 불꽃 튀는 경주를 펼친다. 유명 애니메이션 ‘이니셜D’의 레이싱카 도요타 AE86의 이야기다.

수많은 남성의 마음을 뛰게 했던 86이 다시 돌아왔다. 86이란 이름은 그대로 이어받았지만 외관부터 성능까지 사실상 다른 차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건 바로 86의 DNA다. 빠른 차, 힘 좋은 차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운전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도요타의 목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중적인 모델은 아니다. 운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여기는 이들이라면 86에 관심을 둘 만하다.

디자인에선 날렵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중앙부에 굴곡이 잡힌 루프(차체 지붕)를 거쳐 리어 펜더까지 떨어지는 차체 실루엣은 유려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오히려 투박한 감성이 스포츠카 본연의 느낌을 잘 살리는 듯했다.

영암 F1 경주장에서 이 차를 직접 몰아봤다. 시동을 걸자 우선 낮고 묵직한 엔진음이 인상 깊었다. 살짝 가속페달을 밟자 스포츠카의 위용을 물씬 풍기는 엔진음이 귀를 자극했다. 실제 속도를 떠나 엔진음이 먼저 운전자의 가속 본능을 자극하는 듯하다. 


사운드크리에이터를 장착해 엔진음을 엔진실에서 차량 실내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소음 규제가 있는 외부음은 최소화하되, 대신 스포츠카의 강한 엔진음을 실내로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상당히 낮은 시트 포지션도 스포츠카의 감성을 전해준다.

서킷을 돌면서 시속 170㎞ 내외까지 가속페달을 밟았다. 가속 구간도 재밌지만, 더욱 신나는 건 바로 급코너 구간이다. 저속뿐 아니라 시속 90㎞ 내외의 고속으로도 코너를 깔끔하게 통과했다.

차량의 앞뒤 무게를 53 대 47로 배분한 게 민첩한 코너링의 비결이라고 도요타 측은 설명했다.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토크는 20.9kgㆍm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7.7초가 걸린다.

재밌는 차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이니셜D처럼 북악스카이웨이에서 다운힐을 즐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구매층은 제한적일 수 있다. 운전의 재미는 가득하지만, 대중적으로 본다면 유명무실한 뒷좌석이나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승차감 등은 걸림돌이 될 수 있겠다. 11.8㎞/ℓ라는 공인연비 역시 예상보단 뛰어나지만 매력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층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86은 상당히 매력적인 차다. 어차피 고속주행이 별 의미가 없는 한국 도로 여건에서 오히려 86처럼 굽잇길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가 매력적이지 않을까.

게다가 가격 역시 3890만원(수동변속기), 4690만원(자동변속기)으로 넘볼 만한 수준을 갖췄다. 이 정도 가격에 스포츠카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모델은 흔치 않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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