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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국수 2500원 · 커피 1000원…‘착한가격’ 비밀 따로 있었네
무더운 날씨, 점심메뉴로 얼음 동동 띄운 평양냉면 한 그릇을 먹고 나니 1만원. 식후 졸음을 날려버리기 위해 초코시럽 듬뿍 넣은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면 5000원. 손님은 손님대로 “해도 해도 너무한 물가” 소리가 절로 나오고, 식당 주인들의 입에선 “재료비가 얼마나 올랐는지…”라는 푸념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저렴한 맛집’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게 시류.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이 있지만 꼭 들어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서울 노량진 A 커피전문점(아메리카노 한 잔 1000원), 경기도 광명시장의 B 칼국수 집(칼국수 한 그릇 2500원), 서울 종로 C 순대국밥집(순대국밥 4000원)은 ‘착한 가격’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명소다. 헤럴드경제신문 기자들이 착한 가격의 명소를 직접 찾아가 공통 분모를 알아봤다.

▶재료값이 아니라 인건비를 아꼈다
=오후 6시께 노량진역 인근의 A 카페 주인 김은주(31) 씨가 손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고 받은 돈은 단돈 1000원.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보통 3000~4000원 임을 감안할 때 놀랍다. 가게 입구에 ‘최고급 원두를 사용한다’고 자신있게 써 놓은 문구가 눈에 띈다. 김 씨는 “5등급의 원두 중 최고급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가부담이 크지만 질이 나쁜 원두를 쓰면 탄 맛이 난다”며 “재료비를 아끼는 대신 인건비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혼자서 손님을 응대하고, 아르바이트생은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 단 3시간 만 고용한다.

다른 착한 가게 주인들도 마찬가지다. B 칼국수집엔 ‘일사불란 시스템’이 있다. 면을 뽑는 사람은 면만 뽑는다. 또 채소담당 직원은 하루 12시간 채소만 다듬는다. 한마디로 각자의 ‘전문 분야’를 둬서 일의 속도를 높이는 것. C 순대국밥집 주인 전명례(65) 씨 역시 “남편이 새벽에 나와 육수를 먼저 끓이는 수고를 해준다”고 밝혔다.

▶손님의 대다수는 ‘단골’=“25년간 계속 찾아주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가격을 더 올리기 미안하죠. 행여 손님들 헛걸음 할까 봐 하루도 가게를 쉬어 본 적이 없어요.” C 순대국밥집 사장 전 씨의 말이다. 그는 “이 식당 하면서 애들 다 키웠으니 부부 용돈벌이 밖에 안 된다 해도 식당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착한 가게’는 한결같이 손님들과의 관계가 끈끈한다. 가게 주인은 손님 주머니를 생각하고, 손님은 가게 사정을 고려한다. B 칼국수집 단골들은 식당에 오면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한 뒤 알아서 선불금을 내고, 스스로 물을 떠 마시는 ‘셀프 서비스’에 익숙하다. A 카페 사장 김 씨는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커피 만드는 걸 아니까 손님들이 오래 기다려도 불평이 없다”며 “대신 맛있는 커피로 보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리다매(薄利多賣)=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원가가 더 비싸긴 하지만 몇 백원 더 받으면 계산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국 손님이나 저나 귀찮아요” 일반적인 커피전문점에서는 아이스 커피 종류는 몇 백원 더 비싸게 판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얼음 10조각만 넣는다해도 200원가량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씨는 “잔돈 계산할 시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몇 잔 더 팔면 된다”고 ‘쿨하게’ 말한다.

대접 한 그릇을 가득 채우는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을 단돈 2500원에 팔면 얼마가 남을까. B 칼국수집 사장 조은옥(50)씨는 “한 그릇에 얼마 남는지는 계산해 본 적도 없다”면서 “그런 거 따졌으면 2500원에 팔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쿨한 사장들의 ‘박리다매’ 고집은 오랜 기간 ‘착한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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