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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기사 고백 "10만원 벌어 가스비 3만5000원, 못살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루에 10만원 벌면 가스비가 3만5000원…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지.”

서울에서 20년째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A씨의 말이다.

전국 택시업계가 LPG가격 인하와 택시요금 인상을 요구하며 20일 자정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 6시간 전 막바지 운행에 힘을 쏟던 A씨는 19일 “이제 자정이 되면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파업이 시작된다.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두가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택시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 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조, 전국 민주택시 노조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는 20일 자정부터 전면 운행 중단에 돌입했다. 개인택시의 경우 자정부터, 회사택시의 경우 마지막 교대시간이 끝나는 오전 6시부터였다.

A씨는 이번 파업에 대해 택시운전자들로서도 “사상 초유의 규모”라고 했다. 그간 파업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개인택시와 회사택시가 번갈아 파업을 하던 ‘절반 파업’이던 규모와 달리 이날은 모두가 힘을 모아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택시파업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서는 ‘절반 규모’의 파업이라고 했지만 실제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A씨도 “아마 모든 기사들이 다 참여할 것이다. 파업을 하는 하루동안 영업을 하는 택시가 눈에 띄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 A씨는 “몇 년 전 여의도에서 파업집회를 할 때 운행 중인 택시가 있었다. 화가 난 기사들이 달려들어 그 택시를 때려부수는 광경을 모두가 지켜봤다”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리라고 모두가 짐작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그날 하루 혼자만 벌어보겠다는 것도 할 짓은 아니다”는 생각이었다.

A씨를 비롯한 다른 택시기사들이 이렇게 힘을 모으는 것는 결국 ‘먹고 살기 힘들어서’였다.

이날의 파업에서 택시기사들이 요구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LPG가격 인하. 이에 대해 A씨는 “LPG 가격이 계속 오르니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 특히 일반 차량보다 연비도 너무 많이 떨어진다. 보통차가 리터당 17km를 간다면 가스는 5km 정도를 가는 셈”이라고 설명하며 “하루에 10만원을 번다고 했을 때 3만5000원은 가스비로 나간다. 가장으로서 가정을 제대로 꾸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고 답답해했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A씨가 말한 ‘하루에 10만원’이라는 벌이는 평균적인 수치인 셈이었다. 한달에 20일 운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정해져있는 택시기사들은 하루 꼬박 일해 10만원 정도 버는 것으로 그날의 일을 마치게 된다. 손님이 많은 달에는 그보다 2, 30만원 정도 더해지지만 한달 200만원은 직장인 평균월급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한다해도 빠져나가는 비용이 더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A씨는 “개인택시를 하려고 8000만원이나 들여 차를 샀는데 한달 수입이 200만원이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예전에 비해 운행하는 택시가 많아졌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A씨는 “택시가 물론 많아지긴 했지만 그 때문은 아니다”고 했다. A씨는 “서울시내에 운행하는 영업용(회사)이 2만대, 개인택시가 5만대”라면서 “손님이 있을 땐 바쁘고 없을 땐 한가한데 가스비가 너무 올라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년간 택시 운영을 하다보니 A씨는 “예전엔 오히려 수입이 좋았다. 기본요금이 지금보다 700원 이상 적었어도 가스비가 8, 900원 수준이었으니 도리어 괜찮았다”면서 그들의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버스요금, 지하철 요금은 올리면서 택시기본요금은 동결하고, LPG 가격인하에 대해서는 “대선 이후에나 생각해보자”는 식의 답변은 “얼토당토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들의 입장은 “당장의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

택시기사들은 결국 이날 하루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시민들의 발을 묶고 우리만 실력행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달리 방법은 없었다. 때문에 이날 24시간이나마 파업에 동참하고, 오후 1시에는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통해 자기네들의 생각을 전할 생각이다.

그러나 당장 20일 출근시간이 되자 직장인들의 발은 꽁꽁 묶였다.

서울 응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B(30)씨는 이날 오전 30분 동안 택시를 기다렸지만 탈 수 없었고, 서울 방배동에 거주하고 있는 또다른 직장인 C씨는 콜택시 업체를 통해 택시를 예약했으나 “고객님 주변에 빈 차량이 없다”는 문자 메시지만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해 국토해양부는 19일 지하철 막차 운행은 최대 1시간 연장하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첫차와 막차를 1시간 늘려 운행할 방침을 내놓았으나, 시민들은 출퇴근길 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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