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기의 여름, 전력대란을 막아라’ > 상습 전력난…국가 인프라가 무너진다
최근 전력예비율 6%대로 떨어져
전력부족 현상 4계절 내내 지속
수요 변했지만 공급능력 그대로
원전 재가동 등 대책 마련 시급



바야흐로 ‘에너지 대란(大亂)’의 시대다.

이상 기온으로 날씨는 더 더워지고 추워진다. 자연스레 과거보다 냉ㆍ난방 전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보니 공장을 더 돌려야 성장이 가능한 구조다. 역시 산업용 전기 수요의 증가는 필요악이다. 자동차마저 전기로 가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갈수록 전기 수요는 늘어나는데 발전소는 정치ㆍ사회적 이유로 추가 건설은 언감생심. 서민물가 급등을 우려하는 정부에 전기료 현실화 역시 요원한 과제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땅을 파면 전기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에너지 수급 현실을 도외시하고 마치 전기에너지는 공짜인 양 낭비하는 모습이다. 이 상태로는 기껏 해봐야 2~3년 안에 대한민국은 상습 정전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헤럴드경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현실을 알리고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위기의 여름, 전력대란을 막아라’라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 1. 지난 5월 서울을 출발해 라오스로 들어가던 비행기가 인근 국가인 베트남으로 회항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국제공항이 정전으로 활주로 지시등마저 꺼진 데 따른 것. 천재지변으로 인한 기상 악화도 아닌 전력난으로 인한 회항, 동남아 인도차이나 국가들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 2.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사무실. 팽팽한 긴장감에 옆 사람의 침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이유는 날씨 때문. 전날 기상청이 발표한 19일 낮 예상 최고 기온이 올 들어 최고치인 섭씨 32도였다. 당연히 전력예비율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과 라오스는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바로 전력난이다. 대한민국 전력 당국이 그만큼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전력난 대처방안을 수립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전력위기 대처력 동남아 수준=기상청에 따르면 지난주 평균 낮 기온은 27.8~31.7도.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등 전력 당국은 주말을 제외하면 전력예비율이 9% 이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낮 기온이 28.9도를 기록했을 때는 전력예비율이 6.5%(420만7000㎾)로 떨어졌다.

기상청은 이번주(18~24일) 한낮 최고 기온이 29~32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했다. 피크 전력 연동 상승이 예견되는 상황. 19일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난주 6900만㎾에 그쳤던 전력 생산량이 이번주에는 7440만㎾로 회복됐다”며 “올 들어 가장 더운 오늘(19일) 예상 전력 수요가 6620만㎾로 일단 안정적으로 예상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상치라서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력예비율이 떨어지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
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전력수급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전국의 전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사진]

▶전력 마비되면 국가 마비=전력은 모든 사회인프라와 산업활동의 기반이다. 때문에 전력 부족은 사회 시스템의 마비, 산업 생산성 저하 및 제조업의 해외 이전 등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의 전력 부족 현상은 하절기와 동절기에만 발생하는 계절적 문제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더해진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전력난 원인으로 수요 패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공급 능력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선 냉ㆍ난방 전력기기의 보급 확대와 기후 변화에 따라 냉ㆍ난방 수요가 2006년 18.6%에서 2011년 25.4%로 급증하는 등 전력의 계절성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피크 전력의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서비스산업의 발달로 상업용 수요도 급증해 상업용 전력 사용량이 산업용(6.9%)이나 주택용(6.4%)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인 연평균 11.4%나 증가한 점도 특징이다.

▶원전 중심의 복합 대응 체계 시급=지난 2009년까지 발전소 건설계획 대비 실제 이행률은 80%에 그쳤다.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 능력 확대가 불충분했다는 증거다. 적기에 제대로 된 발전소만 지었어도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발전소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4월 고리1호기는 차단기 손상에 따른 오작동으로 원자로가 자동 정지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특별점검단을 구성해 5월 11일부터 6월 22일까지 고리1호기의 안전성을 확인 중이다.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특별 안전 점검도 요청해 이미 양호하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만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전력 수급 안정화의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