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예작가 헤르난 바스 첫 한국작품전
풍부한 스토리텔링·섬세한 구성개인의 욕망이 꿈처럼 펼쳐져
아름드리 나무가 우거진 수풀 사이로 이층집이 보인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은 저택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런데 창문의 유리창은 깨져 있고, 지축은 흔들려 나무뿌리가 송두리째 뽑혀 있다.
미국의 떠오르는 신예작가 헤르난 바스(Hernan Basㆍ34)의 회화 ‘다윗과 골리앗’이다. 다윗은 작가 자신이요, 골리앗은 그가 존경해 마지 않는 ‘회화 거장’ 윌렘 드 쿠닝(1904~97)이다. 너무나도 흠모하는, 그러나 범접할 수 없는 대가의 예술세계와 자신의 팍팍한 현실을 바스는 이렇듯 한 편의 판타지로 직조해냈다.
붓을 잡은 지 10년 남짓임에도 세계 미술계로부터 열띤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작가 헤르난 바스의 첫 한국 작품전이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19일 개막됐다. ‘A brief suspension of disbelief(불신의 순간적 유예)’라는 타이틀로 7월 20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바스의 신작 회화와 사진, 그리고 영상작품 등 20여점이 관객과 만난다. 그의 작품이 아시아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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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난한 정글 속 고독한 소년을 그린 헤르난 바스의 회화 ‘불신의 순간적 유예’. [사진제공=pkm갤러리] |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디트로이트에서 작업 중인 바스는 ‘재능 있는 화가’가 몹시 귀한 작금의 미술계에서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구성의 회화로 각광받고 있다. 개인의 욕망을 한 편의 꿈처럼 표현해 내는 역량에선 가히 독보적이다.
바스는 영국의 탐미주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을 모티프로 하되 이를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회화로 변주하고 있다. 즉, 불안과 갈등으로 점철된 현대사회 속 인간의 여리고 내밀한 감성을 기이하면서도 다층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 또 요셉 보이스, 매튜 바니 등 동시대 아티스트로부터 받은 영감을 특유의 낭만적 이미지로 신비롭게 형상화하기도 한다.
화면마다 등장하는 연약한 소년은 맹목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춘기 시절 우리의 열병을 떠올리게 하며,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압도적인 자연풍경은 사유와 성찰의 공간이란 점에서 호소력을 더해준다. (02)515-94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