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뮤지컬 ‘원스’, 한국 뮤지컬계에 주는 메시지는…
유명한 스타배우도, 화려한 무대장치도 없는 저예산 뮤지컬 ‘원스(Once)’가 토니상을 휩쓸었다.

지난 10일 ‘원스’는 브로드웨이 연극, 뮤지컬 분야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토니상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8개 부문에서 상을 수상하며 올해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이 됐다.

이런 ‘원스’의 터진 상복이 주는 메시지를 해외 라이센스 뮤지컬, 그것도 대작만이 성공하는 국내 공연 뮤지컬계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하다.

해마다 경쟁작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고 올해는 크게 눈에 띄는 경쟁작들이 없어 ‘원스’의 8개 부문 수상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결과라고 한다. 그럼에도 ‘원스’의 최고 뮤지컬상 수상이 주는 시사점은 이제 브로드웨이도 캐스팅, 막대한 예산 등 외적요소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평가하는 시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원스’의 성공 과정은 기존 우리나라 뮤지컬에 비해 출발부터가 다르다. 제작사 위주의 우리나라와는 달리 ‘원스’는 독립영화를 원작으로 프로듀서 몇 명이 투자자를 찾고 뮤지컬을 제작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영리 공연 단체인 뉴욕 시어터 워크숍을 통해 처음엔 미약하게 시작했던 이 작품은 서서히 인기를 얻으며 브로드웨이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물론 그 전에 이와 같은 작품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렌트’, ‘넥스트 투 노멀’과 같은 작품도 뉴욕 시어터 워크샵을 통해 성공한 작품들이다.

올해 토니상 연극분야 5개 부문에서 상을 수상한 ‘피터 앤 더 스타캐쳐(Peter and the Starcatcher)’도 뉴욕 시어터 워크샵을 통해 발굴된 작품이다. 두 작품을 포함하면 뉴욕 시어터 워크샵 출신 작품 두 개가 전체 26개 부문에서 13개 상을 휩쓸은 셈이 된다. 올해 토니상이 주는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이런 저예산 공연 양성프로그램과 단체다.

물론 국내에도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과 같은 민간 지원단체, 지원사업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공연시장에서 대형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국내 창작뮤지컬들에 대한 안정적 지원이다.

뉴욕 시어터 워크샵은 국가지원금과 재단의 운영자금, 민간펀딩, 기부금 등으로 운영된다. 작품의 안정적인 개발단계까지 보장하고 규모는 크지 않아도 내실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내 작품들도 시장에 나와 안정적인 단계까지 성장하는데 꾸준한 지원이 수반된다면 국내 뮤지컬, 연극 시장의 작품 다양성도 보장될 터이다.

“국내에선 창작뮤지컬 하기가 좀 힘들다”는 한 공연 관계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국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는 작품들은 대형 라이센스 작품들이다. 관객들의 요구와 캐스팅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어려운 현실은 이해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원스’와 같은 실험적인 창작물이 나와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