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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넝굴당’ 방일숙은 수표 찢지 말았어야 했다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은 가족 관계의 다양한 단면을 그려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 장면이 시청자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혼한 방일숙이 약속한 양육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은 전남편을 찾아갔다가 자존심을 다쳐 양육비로 받아온 고액의 수표를 찢어버린 것. 전후 사정을 미루어 감정적으로는 마음이 아플지라도 현실적으로는 미숙한 대처가 아닐 수 없었다. 

 양육비는 아이를 위한 당연한 권리이므로 부모의 감정만으로 포기해서는 안된다. 법적으로 강제해서라도 보다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진정한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수표를 찢으며 앞으로 양육비를 보내지 말라고 오기를 부릴 만큼 현실은 녹록치 않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이렇듯 대중매체는 한 부모 가정을 너무 처량하거나 반대로 너무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으로 160만 한부모 가장의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이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 예담은 한부모가 되기까지의 갈등과 혼자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리는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 아이 양육과 교육 문제, 사회생활에 대한 걱정, 재혼에 관한 고민 등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함께 나눠야 할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풀어낸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부모 가정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한부모 가정을 암암리에 문제 있는 가정이라고 치부하거나 그 가족 구성원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도 벅찬데, 편견에 부딪혀 누구와도 속 시원히 고민을 나누기 힘든 현실에서 두 딸을 키우는 10년 차 싱글맘으로 콘텐츠 설계와 출판 기획을 하고 있는 저자 윤신우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부딪힌 문제들과 극복 과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며 조언한다.

저자는 먼저 공공 기관이나 학교부터 바뀌어야 할 것을 꼬집는다.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공문서에는 지나치게 사생활이 드러나는가 하면 한부모 가정을 위한 국가의 지원은 현실과 괴리가 있거나 기준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가족 형태가 공존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부터 ‘엄마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아빠와 함께하는 수업’ 등 가족을 하나의 잣대로 이름 붙여 아이들 마음에 공연히 상처를 주기 일쑤다. 또한 가정의 달 5월이면 전통적인 모범 가정을 선정하는 등 사회 현실에는 눈 감은 채 여전히 일률적인 모습만을 강요한다.

 책은 ‘싱글맘’ ‘싱글대디’ 문제가 누구에게든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데서 출발해 더 이상 타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 것을 사회에 당부한다. 

 주변의 시선이나 ‘완벽한 가족’에 대한 강박으로 부모도 불행하고 아이도 불행하게 만드는 가정보다 아이와 함께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한부모 가족이야말로 용기 있고, 응원받아 마땅한 사회 구성원일 것이다.

어느 가정이나 들여다보면 아픈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아이다. 어른들의 문제로 어린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보살피는 일이 우선이다. 

 지금 당신이 싱글맘, 싱글대디라면 이 책은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크나큰 위로를 건넬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그런 상황을 떠올려본 이들이라면 절대 감정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일깨워 줄 것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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