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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저축은행> 저축銀 체질개선 ‘당근과 채찍’ 필요
③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미국 ‘지역재투자법’
수신자금 지역 재투자 규정
인센티브 통한 유인책 필요
규모 따라 탄력적 감독해야


저축은행이‘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것은 제 역할을 찾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상호신용금고로 출발한 저축은행은 당초 지역 주민의 금융거래를 돕기 위한‘서민금융회사’였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로의 영업권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가던 은행권은 개인(가계)대출을 전면적으로 확대했고, 소액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은 신용카드사, 캐피털사, 상호금융기관 등이 나눠 먹었다. 먹을 거리를 찾아 헤매던 저축은행이 손 댈 곳은 결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성을 살린 서민금융회사로의 회귀다. 지역에서 모은 예금을 지역 기업과 가계로 환원(대출)하면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맡는 게 이상적이다. 특히 자산 규모와 영업 환경이 모두 다른 만큼 지역 특성에 맞게 사업영역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소공업도시에 자금줄을 맡고 있는 일본의 ‘제2지방은행’과 지역 주민의 주택금융 역할을 하는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이 좋은 본보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16일 “대형화 또는 계열화된 저축은행은 ‘지방은행화’하고 중소형 저축은행은 지역 중소기업 및 가계 밀착형 금융기관으로 유도해야 한다”면서 “지역 정보와 모니터링 방식을 활용해 ‘관계 금융’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저축은행 임직원이 해당 지역 고객과 담보 등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파악해 여신심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여신 부실화에 조기 대응하는 식이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신협ㆍ상호금융ㆍ새마을금고 등 기존 지역 금융권보다 한층 더 친밀한 서비스를 지향하는 한편 대부업체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PF 대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제도 보완책도 필요하다. 지역 밀착형 영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이종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외 지역 밀착형 영업 우수 사례를 분석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요인을 파악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근을 제시한 만큼 채찍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이다. 지역에서 수신한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하도록 해 사회공헌적인 의미를 담았다. 다만 실적이 낮으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외면한다.

각 지역 금융기관이 수립한 경영계획과 진행상황 등에 대해 감독당국이 평가하는 일본의 ‘지역 밀착형 금융의 기능 강화 추진에 관한 실행 프로그램’도 좋은 예다.

감독정책의 변화도 요구된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교수는 “자산이 2조원인 대형 저축은행과 자산이 2000억원인 중소형 저축은행을 같은 잣대로 관리ㆍ감독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면서 “대형 저축은행은 은행 수준으로 감독하되 중소형 저축은행은 그 수준에 맞도록 감독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영업범위가 제한돼 있는 만큼 과거 PF 대출처럼 큰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즉 몸집이 큰 저축은행은 스스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서민금융회사를 지향한다면 그에 맞게 덩치를 줄여나가는 자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 /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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