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유럽의 ‘빚’ 때문에… ‘빛’ 잃어가는 金
온스당 1715달러까지 치솟던 금
佛 좌파정권에 그리스 연정실패
올들어 1600달러선도 붕괴

美경제지표 양호 달러강세 가능성
일부선 “1400달러까지 하락”
가격조정 되레 투자기회 전망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은 처음으로 금 매입에 나섰다. 당시 매입가는 온스당 1540달러 초반, 11월 추가매입 때는 17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 운용을 다변화하고 불안정한 실물경기를 감안한 중장기 보유용이라고 하지만 매입 당시에도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찬반 논란이 있었던 만큼 수익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한은이다. 10일 현재 국제 금시세는 온스당 1594달러. 과연 한은의 선택은 잘한 것일까 잘못한 것일까.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고공행진하던 금값이 올 들어 하락하고 있다. 유럽 정치 이슈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5월 들어 금 가격의 하락 폭은 더 커졌다. 금도 위험자산이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금은 여전히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라는 전망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추락하는 금값 날개가 없나=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일대비 10.30달러(0.6%) 하락하며 온스당 1594.20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마감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저치다.

최근 금값의 하락 원인은 유럽발 악재다. 프랑스에 긴축보다는 성장을 택한 좌파 정권이 들어서고, 그리스 연립정부 구성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하락을 부추겼다. 그리스 디폴트 및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에 스페인 금융권 불안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유럽의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곽태원 우리선물 연구원은 “결국 미국과 유로존의 상반된 경제분위기로 이어지며 달러 강세, 원자재가격 압박의 모습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초 온스당 1715달러까지 올랐던 금값은 현재 1600달러 선도 깨지면서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강오 한화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발표되는 데 비해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계속되고 있어 유로 대비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투기수요 비중이 높은 금, 은 등 귀금속 가격은 상승 모멘텀이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위험자산 vs 안전자산= 그렇다면 하락세에 접어든 금값은 과연 어디까지 떨어질까. 일각에서는 14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 경기가 불안한 데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금, 은 등 귀금속 가격의 하락을 전망하게 한다. 특히 유럽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금의 가격 추이를 전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의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과연 금이 안전자산인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시각도 있다.

전소영 한양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우려가 몇 년째 지속되면서 안전자산도 재편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은 어떤 자산보다도 더 큰 상승률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헤지수단과 안전자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자산으로 각광받았으나 최근 흐름은 금융위기 당시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금에 안전자산으로서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번 가격조정은 오히려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간 금에 투자하고 싶어도 너무 올라 망설였던 투자자라면 이번 기회에 금 매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다만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현재의 부침을 지나 안정기를 접어들 때까지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석진 연구원은 “금에 호재인 양적완화정책 단계까지 가지 않고 달러 강세 속에 금이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과거에 비해 줄일 필요는 있지만 금은 변동성이 낮은 자산으로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유하자면 야구에서 박찬호나 이승엽 선수가 전성기는 지났지만 충분히 자기 몫을 하고 있듯 금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비철과 귀금속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한다면 소재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을 펼쳐 이 역시 소재 가격의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연주 기자/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