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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끙끙' 속으로 앓던 영주 중학생…결국 유서만 남기고 자살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끙끙”

지난 16일 오전 9시 32분께 경북 영주 휴전동 H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영주 모 중학교 2년생 A(14)군.

A군은 소위 “끙끙” 앓았다. 친구 2명이 A군을 괴롭혔지만, 다른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심지어 아빠,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A군은 끙끙 앓았을 뿐이었다.

영주경찰서 관계자는 A군에 대해 “평소 부모님과 자주 얘기를 했지만, 학교 폭력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말이 없었다”며 “속으로만 삭히고 있다가 폭발한 듯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경찰청 등 정부기관이 합동으로 ‘학교폭력대책’을 마련해 발표한지 두 달만에 경북 영주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서 발견된 유서를 분석한 결과 2명의 가해학생 이름이 직접 언급돼 이들을 조사했다”며 “이들은 장난으로 한 짓이라며 자살까지 할지 생각도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6일 가해학생 2명을 1차 조사한 뒤 집으로 귀가시켰다. 경찰은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이들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이들이 아직 만 14세가 안 되는 형사미성년자들(촉법소년)로서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향후 이들을 어떻게 처분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어 자살 학생의 부모 및 같은 반에 있는 다른 학생들, 담임교사, 학생주임 교사등을 상대로 A군에 대한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이렇다할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7일 중 부검결과를 받아 본 뒤 후 다른 학생들을 상대로 추가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영주경찰서장을 팀장으로 한 학교폭력 관련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또 A군이 유서를 통해 남긴 폭력서클의 존재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는 계획이다.

A군은 자살 전 남긴 유서에서 “내가 죽으려는 이유는 학교 폭력때문이다. 나는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 친구도 있다. 그런데 내가 죽으려는 이유는 우리반에 있는 XXX이란 놈 때문이다”며 가해자의 실명을 거론했다. A군은 이어 “그 녀석은 내 뒤에 앉았는데 교실에서 매일같이 나를 괴롭혔다. 수업시간에 뒤에서 때리고 했다. 쉬는 시간에는 나를 안으려고 하고, 뽀뽀를 하려고 하고, 더럽게 내 몸에 침을 묻히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A군은 “최근에는 자신들이 만든 ‘무슨 단’(폭력서클)에 가입하라고 했다. 가입하면 보호해준다고 했다. 그 헛소리를 듣고 나는 가입한다고 해버렸다”고 후회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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