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이어 무디스 국가신용전망 상향했지만
해외선…국가신용등급 잇단 상향
삼성 등 수출대기업들
막대한 유보금 신용 탄탄
국내선…
가계·개인 부채 날로 급증
대학생 신용불량 3만명
공기업·지자체도 불안
신용등급의 ‘외화내빈’이 심화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고 삼성전자 등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막대한 유보금을 쌓아놓고 국가보다 좋은 신용도를 인정받아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린다. 나라 밖으로 드러나는 ‘신용체력’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하지만 나라 안으로 들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계와 개인, 공기업과 지자체 등의 신용은 악화 일로다. 위태위태한 수준이다.
지난 2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1월 피치가 신용 전망을 상향조정한 데 이어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들려온 ‘희소식’이다.
수출 대기업들의 신용은 더 튼튼하다. 자산 순위 10대 그룹 소속 82개 계열사의 국제회계기준(IFRS) 20011년 반기보고서상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친 유보금은 348조원(재벌닷컴 최근 조사)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유보금 95조원에 유보율이 무려 1만566%다.
하지만 시계를 국내로 돌리면 사정은 좀 다르다. 가계와 개인, 중소기업과 공기업 등 나라 안의 신용 사정은 더 악화됐다. 전체 가구 중 금융 부채를 가진 가구의 비중은 56.2%(한국은행 ‘통화정책신용보고서’)로 1년 새 2.5%포인트나 늘었다. 부채 보유 가구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률(DSR)은 1년 새 11.4%에서 12.9%로 상승했다.
개인의 신용 하락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학생 신용불량자는 이미 3만명(한국장학재단 집계)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기준 대학생 신불자는 2만9896명이었다. 4년 전인 2007년에는 3785명에 불과했다. 농어민 신불자도 늘어났다. 지난해 8월까지 농어업인 신불자 수(황영철 한나라당 의원 발표)가 22.7%나 급증했다.
공기업이나 지자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10년 말 기준 33.4%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지만, 정책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하면 69.4%까지 높아진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 아니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과 기업 간의 격차, 기업과 가계 간의 격차 확대와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부채 증가와 더불어 악성화가 진행되고 있어 한국의 국가 신용위험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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