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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침체기, 불황 마케팅이 또다른 화근?...계약금 5%, 계약금 정액제 등 계약조건 완화 입주시 잔금 부담으로 부메랑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우선은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 계약 조건을 크게 완화시켰는데, 입주 시점에 임박해서는 이런 조건이 오히려 크게 부담이 됩니다”

분양 시장 침체 여파로 미분양 방지를 위해 초기 계약 조건을 크게 완화시켰던 건설사들이 입주가 임박해 높아진 잔금 부담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초기 계약금 비중이 낮을 수록 잔금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잔금 납부 부담을 느낀 계약자들의 입주가 늦어져 건설사의 자금 유동성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자들이 입주 시 치르는 잔금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건설사는 조기 입주 여부가 자금 유동성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소다. 분양보다는 입주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기 입주율이 낮아질수록 건설사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도 건설사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같은 우려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인천 영종하늘도시다. 하반기부터 약 9000 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는 영종하늘도시는 조기 입주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우미, 한라, 한양,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잔금의 조기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영종하늘도시 동시분양 물량들은 계약금 5%, 계약금 정액제 등 조건으로 조직분양으로 불리는 이른바 ‘벌떼분양’이 왕성하게 이뤄진 곳이어서 실거주 비중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시 2분기 입주 물량이 상당수 포함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청라지구 또한 건설사들이 우려하는 지역이다. 현대성우오스타 등의 입주가 예정된 김포한강신도시는 미분양이 오랜 기간 남은 탓에 초기 계약금 비중이 5% 선으로 높지 않았었다. 청라지구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입주 민원이 발생하는 등 조기 입주가 여의치 않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마포구 서교동의 메세나폴리스 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상복합 아파트로 분양가가 만만찮았던 메세나폴리스는 계약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약금 5% 조건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주 공급물량인 공급면적 기준 163㎡, 190㎡, 198㎡의 분양가는 평균 15억원 선이지만, 계약금은 채 1억이 되지 않았다. 중도금 40%는 무이자였고, 잔금 비중은 절반이 넘는 55%에 달한다. GS건설은 이처럼 잔금 비중이 높아 부담을 느낀 계약자들의 입주가 늦어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입주자 전원에게 2년 동안 요트회원권을 제공하는 등 갖가지 입주마케팅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입주 서비스를 위해 GS건설이 들인 비용만 대략 150억원. 한 가구당 27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잔금 비중만 5000억원 가량되는 점을 고려할 때 2∼3% 선에 불과한 입주마케팅 비용은 시행사나 GS건설에게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메세나폴리스의 입주 성패가 올해 주택사업부문의 경영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의 직원은 “초기 계약조건의 완화로 당장은 계약률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지만, 결국엔 입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자금 회수가 완전히 이뤄지는 것”이라며 “특히 조직분양이 왕성히 이뤄졌던 분야 단지는 입주 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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