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이와 예스24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ㆍ판매 업체인 디아이는 정 전 총리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박원호씨의 아들인 가수 싸이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편입됐다. 예스24는 정 전 총리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고문직을 겸직한 이력이 있어 관련주로 분류됐다.
정 전 총리의 선언 전 일주일 동안에는 거래량이 약 70만주에 불과했던 디아이는 이후 일주일 동안 무려 5300만주로 75배 늘었다. 예스24도 40만주에서 1800만주로 45배 폭증했다. 주가(5일 종가기준)도 디아이, 예스24 각각 66%(1305원→2175원), 13%(4530원→5160원)씩 올랐다.
사실 정 전 총리는 현재의 대선국면에서는 다소 생경한 인물이다. 총리 취임 후 총대를 메고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세종시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10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그가 동반성장위원회로 재기를 모색하는 동안 어느새 대선 국면은 ‘박ㆍ안ㆍ문(박근혜ㆍ안철수ㆍ문재인)’ 3자구도로 굳어졌다.
상황이 이러니, 시장에서는 ‘박안문’ 테마주가 ‘숭어’로, 정 전총리 테마주는 ‘망둥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끝물’이라도 노려보겠다는 속셈이 아닐까 여겨진다.
물론 관련업체들은 정 전 총리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이들 종목에 투입된 작전세력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식으로 막무가내다.
금융감독원이 특별조사반까지 꾸려 테마주단속을 벌인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잠시 주춤했던 기존 테마주들은 어느새 다시 날개를 펴기 시작했고, 여기에 신생 테마주까지 가세하고 있다.
여의도 서편에서는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목소리가 높다. 동여의도에서는 투자자들을 위해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금융감독당국의 다짐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