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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검찰’ 공정위 말발 안먹히네…
과징금 처분받은 기업들
행정소송으로 감면 일쑤

불공정거래 시정명령
공공기관마저 '무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민에 빠졌다. 기업들을 상대로 한 대부분의 과징금 처분은 행정소송을 당해 감면되기 일쑤인데다 불공정거래로 심사해 공표한 사안을 공공기관마저 따르지 않기까지 한다. 경제검찰을 표방하는 공정위로서는 체신을 잃고 자존심 상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시립대, ‘공정위’가 뭐래도…=지난 4일 공정위는 시중 헬스클럽들이 회원권을 중도 환불해주지 않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해 온 서울 시내 헬스클럽 18곳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장기 계약을 중간에 해지할 때는 이용 금액과 위약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서울시립대 교내 체력단련시설인 ‘웰니스센터’는 학생들에게 1년 회원권을 24만원에 판매하면서 환불은 결제당일에만 가능하고 하루라도 이용하면 환불이 절대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인데도 공정위의 규정이 무용지물이다.

시립대에 재학 중인 이지선(22ㆍ가명) 씨는 “어학연수 일정으로 중도 환불을 요구하면서 공정위 판정을 말했더니 관계자는 ‘공정위가 뭐라든지 상관없고 우리 약관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며 “동네 헬스클럽도 아닌 공공기관마저도 공정위를 무시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도 무시(?)한 시정명령=공정위는 최근 ‘결혼정보업계의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해서도 철퇴를 내렸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결혼정보분야 1위’ 등 과장 광고를 일삼았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자 수 1위라는 점을 근거로 ‘결혼정보분야 1위’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랭키닷컴 기준임을 밝히며 ‘결혼정보분야 1위’라 표현했고, 지난 2011년 6월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문제없음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20만 회원이 선택한 서비스’라는 표현도 법원에서 문제없음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벌일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내용을 떠나 공정위가 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에 더욱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행정소송 25%는 패소=공정위는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불공정ㆍ담합행위를 적발하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정위의 판결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50%대에 머물던 승소율이 최근 75% 선(2010년, 완전승소율 기준)까지 올라간 게 위안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마다 약 20건 남짓한 소송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도 패소한다.

국내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조치에 대해 “대부분 행정소송 등을 통해 과징금은 원래의 절반가량으로 삭감시키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말할 정도다.

국고로 환수되는 과징금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현행 과징금제는 소비자의 돈을 기업들이 부당이득으로 취하고 이를 국가가 다시 뺏어가는 구조”라고 비난했다.


<윤정식 기자>
/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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