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 계약 조건을 크게 완화시켰는데, 입주 시점에 임박해서는 이런 조건이 오히려 크게 부담이 됩니다”
분양 시장 침체 여파로 미분양 방지를 위해 초기 계약 조건을 크게 완화시켰던 건설사들이 입주가 임박해지자 높아진 잔금 부담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초기 계약금 비중이 낮을 수록 잔금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잔금 납부에 부담을 느낀 계약자들이 입주를 미룰 경우 건설사의 자금 유동성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자들이 입주 시 치르는 잔금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기 입주 여부가 분양 승패를 가른다.
분양보다는 입주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기 입주율이 낮아질수록 건설사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도 건설사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같은 우려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인천 영종하늘도시다. 하반기부터 약 9000여 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는 영종하늘도시는 조기 입주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우미, 한라, 한양, 현대 등 주요 건설사들은 분양 잔금 조기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 2009년 10월 영종하늘도시 동시분양 물량들은 계약금 5%, 계약금 정액제 등의 조건으로 이른바 ‘벌떼분양’이 왕성하게 이뤄진 곳이어서 실거주 비중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시 2분기 입주 물량이 상당수 포함된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청라지구 또한 건설사들이 우려하는 지역이다. 현대성우오스타 등의 입주가 예정된 김포한강신도시는 미분양이 오랜 기간 남은 탓에 초기 계약금 비중이 5% 선으로 높지 않다. 청라지구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입주 민원이 발생하는 등 조기 입주가 여의치 않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마포구 서교동의 메세나폴리스 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상복합 아파트로 분양가가 만만찮았던 메세나폴리스는 계약자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약금 5% 조건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주 공급물량인 공급면적 기준 163㎡, 190㎡, 198㎡의 분양가는 평균 15억원 선이지만, 계약금은 채 1억이 되지 않았다. 중도금 40%는 무이자였고, 잔금 비중은 절반이 넘는 55%에 달한다. GS건설은 잔금 비중을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의 직원은 “초기 계약조건의 완화로 당장은 계약률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지만, 결국엔 입주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자금 회수가 완전히 이뤄지는 것”이라며 “특히 조직분양이 왕성히 이뤄졌던 분양 단지는 입주 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