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정부의 주유소 판매 기름의 ‘혼합판매’ 허용 정책에 적극 협조 의사를 밝혔다.
조석 지식경제부 2차관은 지난 26일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4사 사장들을 만나 비공개 오찬 간담회를 열렀다.
이 자리에서 조 차관은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마지막 카드가 주유소의 혼합 석유 판매를 월 판매량의 20%까지 허용하도록 하는 정책”이라며 업체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조 차관은 “이달 말 물을 여는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도 혼합 석유 판매가 바탕이 되야 의미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혼합판매란 특정 A정유사 폴을 내건 주유소라도 구입단가가 더 싸다면 B나 C정유사서 기름을 사다 팔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정유사들은 혼합판매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혼합판매 비율을 20%까지 늘릴 수 있는 정유가와 주유소 업자 간의 기본계약서 약관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지만 정유사들의 반발로 이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조 차관과의 회동에서 정유사들은 입장을 선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 4사들이 모두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뜻을 밝혔다”면서 “내달 내로 주유소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약관 개정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최중경 전 장관이 재임 중이던 지난해 정유사들을 압박, 4∼7월 3개월 동안 한시적 기름값 인하를 이끌어 낸 바 있지만 11월 홍석우 장관이 체제에서는 정유사들을 상대로 뚜렷한 제재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정유사들은 휘발유 정제마진 등이 이미 최저치 수준이라며 이제는 유류세 인하만이 기름값 인하의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라고 주장하던 터.
기름값을 잡기위해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 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에 이은 마지막 회심의 카드로 내놓은 혼합판매가 정유사들의 협조속에 얼마나 성공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정식 기자@happy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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