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이사철 전세시장이 예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2월 전후로 학군수요에다 신혼부부 수요, 봄 이사수요로 전세가격이 들썩이곤 했지만, 올해는 조용한 모습이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봄 전세 시장의 약세는 우선 높아진 전세 가격 부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3년간 서울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35% 이상 올랐다. 3년간 평균 10% 이상의 높은 상승률로, 2000년 초반 이후 3년 연속 오름세는 처음이다.
2009년 초 서울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3.3㎡당 450만원 선을 형성했으나 최근에는 600만원을 넘어 150만원 이상 상승했다. 서울 수도권에서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구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3년 전에 비해 5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단기간 가격 상승폭이 컸던 서울 강남, 송파와 경기 화성, 용인 등은 올 봄 전셋값이 오히려 떨어졌다.
전세 거래량이 줄어든 것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대목이다. 최근 급등한 전세가격 부담으로 재계약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쉬워진 수능과 대체 학군의 성장으로 인해 기존 인기 학군 지역의 수요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동시에 올해는 윤달로 인해 신혼부부 수요도 크지 않아 전세 거래량의 감소를 가져왔다.
대체 상품의 공급량이 늘어난 영향도 전세 시장 약세의 요인이 되고 있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늘고 다가구주택과 다세대ㆍ연립 등 대체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아파트 수요가 감소했다. 2010년까지 월 평균 2000~3000건 정도가 거래되던 다세대ㆍ연립 등의 전월세 임대차는 2011년부터는 월 평균 거래량이 3000∼5000건으로 늘었다.
이밖에도 전세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수요가 분산된 점도 서울 지역 전세가격 상승세 둔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거주 인구는 2010년부터는 전출인구가 전입인구보다 많은 인구 순감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지방과 서울인구가 이동하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상반기보다는 올 3-4분기에 새아파트 입주물량이 좀 더 많고, 정부에서도 소형 주택과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어 전세가격 안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biz>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