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전략적 가치’가 큰 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터키 수출액은 50억8000만달러, 수입액이 8억달러로 교역규모 자체가 아주 큰 편은 아니다. 향후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1만206달러(2010년기준) 수준인 터키는 아직 거대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터키가 역사속에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3개 대륙의 교차점 역할을 했듯, 터키와의 FTA 체결은 인근 국가로 무역 영토을 확대하는데 교두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는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회교권경제기구(ECO)의 사실상 수장이다. 또 그리스,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세르비아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흑해경제협력기구(BSEC)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과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북부 국가들로의 교역 확대라는 간접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터키와의 FTA에는 선점효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터키는 2015년을 목표로 EU 가입을 추진중이다. 그 전까지는 주요 교역국 가운데 우리가 유일하게 관세장벽 없이 터키를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터키가 EU가입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토지가격 등을 기반으로 EU의 생산거점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EU가입 이전의 과도기적 관점에서 터키와 주변시장을 겨냥하는 수출시장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나 철강분야에서 수출이 늘 것으로 기대되지만, 터키의 내수규모를 감안하면 증가폭은 사실상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에너지 산업과 교통인프라 산업 분야의 협력이 더 기대된다. 터키정부는 오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신규발전설비에 913억 달러, 석유 관련 설비에 160억 달러, 수력발전 설비에 61억 달러 등 1286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정부와 논의 중인 원전 건설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경쟁국인 일본의 발전설비 수출이 움츠려든 상황에서, FTA체결과 경제 협력의 강화는 터키정부가 추진중인 다양한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고속철, 국제공항 등의 교통 인프라 선진화 프로젝트에서 우리기업들이 한 발 앞설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가 높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