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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뜰주유소? 기름값 더 싼곳 많은데…”
정부, 고공행진 기름값 잡기 나섰지만…
서울1호점 금천구 형제주유소
인근 가격 싼곳 10곳 넘어
경쟁력 떨어져 소비자 외면

“국제유가 변동에 더 민감
일시적으로 비쌀수 있지만
주변 주유소 가격억제 역할”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을 낮춰보려는 정부 정책이 속속 시행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류세 인하보다는 알뜰주유소를 더 늘려 기름값을 잡겠다는 게 정부 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시장은 알뜰주유소의 기름값 안정 역할에 회의적이다.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보다 20~30%가량 획기적으로 싸지 않으면 소비자와 시장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값을 싸게 한다는 알뜰주유소의 가격경쟁력이 사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서울 알뜰주유소 1호점인 금천구 형제주유소와 2호점 서초구 농협하나로주유소도 인근 일반 주유소들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알뜰주유소는 이들 두 곳이 전부다.

26일 현재 금천구 형제주유소(보통휘발유 기준 ℓ당 2057원)보다 가격이 더 저렴한 주유소는 10곳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알뜰 형제주유소에서 불과 1.5㎞가량 떨어진 곳의 GS칼텍스 직영 일신점은 ℓ당 1949원으로 알뜰주유소보다 무려 108원이나 싸다.

서초구의 알뜰 농협하나로주유소(ℓ당 2048원) 역시 비슷한 상황. 400m가량 떨어진 SK 태봉주유소(ℓ당 2027원)에 비해 21원이 더 비쌌고 가격 순위에서도 구 내에서 10위에 머물렀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영업 중인 전국의 주유소는 총 1만2906곳이다. 주유소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2536곳)이고,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곳은 서울(647곳)이다. 서울의 면적(605㎢)을 감안하면 1㎢에 1개 이상의 주유소가 있다. 가까운 곳에 더 싸게 파는 주유소가 많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지식경제부 측은 “알뜰주유소가 여타 주유소들에 비해 국제유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더 비쌀 수는 있다”며 “지금도 주변 주유소들의 가격을 억제하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이 주유소는 구 내 최저가 주유소 자리를 단 한 차례도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주유소들은 시장에서 용인되는 ‘극한’의 가격경쟁을 치르고 있다. 그 결과 최근 1년 사이 서울에서만 19곳이나 문을 닫았다. 알뜰주유소 역시 섣불리 서울에 입성했다가 조기 퇴출될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지역 내 최저가를 표방하는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을 신뢰하지 않는다. 11년째 자가운전을 하고 있는 신효정(34ㆍ서울 동대문) 씨는 “알뜰주유소가 만일 지역 내 최저가가 된다고 해도 2~3개 구를 걸쳐 출퇴근하는 서울 지역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다른 지역 일반 주유소가 더 저렴할 수 있는 구조”라며 “알뜰주유소에서만이라도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정부 정책의 과감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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