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 가닥잡은 농협 향후 과제는…
그간 논란이 돼왔던 농협에 대한 정부 출자 문제가 가닥이 잡혔다. 현물출자 1조원 중 기업은행ㆍ산업은행ㆍ도로공사의 지분 비중 등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큰 틀은 잡힌 만큼 정부와 농협 모두 ‘새 농협’ 출범에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은 이제 다음달 중앙회와 2개의 지주회사(경제지주ㆍ금융지주)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는 ‘신경 분리(신용ㆍ경제사업 분리)’ 안착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 부대’는 코앞에 있지만 거기에 담길 ‘새 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관련기사 22면다음달 2일부터 농협중앙회는 2개 지주회사를 총괄하고 신용사업을 담당하는 금융지주회사와, 농축산물 유통ㆍ판매사업을 하는 경제지주회사가 설립된다.
특히 농협금융지주는 또 하나의 ‘금융공룡’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자산 규모가 240조원대로 우리ㆍ하나ㆍKBㆍ신한 등 4대 지주엔 못 미치지만 국내 영업점포 수는 1172개로 최다 수준이다.
별도 법인으로 떨어져 나오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전국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은행의 지점망을 등에 업고 보험업계 지각변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처럼 거듭나는 농협이 규모에 걸맞은 경쟁력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인력 배치, 제반 인프라 구축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아직까지도 신경 분리 유예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구조조정 및 재배치 등 인력 문제는 난제다. 지난해 말 현재 농협에 종사하는 인원은 8만13명으로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보다 2만명 이상 많다. 농협이 지난해 521명의 희망퇴직을 시행했지만 직원 인사적체와 고령화, 과도한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경 분리를 위한 제반 여건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협 경제 부문 직원들이 금융지주로의 이동을 꺼리는 상황도 여전하다. 지난해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IT시스템 구축도 문제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농협 금융지주 점검에서 농협 보험의 IT시스템에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다. 현재 시스템 구축 상태는 60%에 못 미치고 있다.
농협이 금융지주 강화에만 주력하고, 본래의 신경 분리 목적인 경제사업과 상호금융 활성화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한인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연구팀장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경제사업 역량 강화라는 본래의 목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돈을 벌어오는 금융지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상호금융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남현 기자> / airins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