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日업체에 발목
신흥국 통화 안정세 땐
올 1분기 턴어라운드 기대
코스피가 6개월 만에 2000 고지에 안착하고 있지만, 자동차주는 ‘왕따’다. 국내 증시의 다른 한 축인 삼성전자가 올 들어 수차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증시 폭락 이전 대비 여전히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수출 부문 최대 경쟁자인 일본이 최근 양적완화를 통한 엔화 약세 기조를 보이고 있는 점이 자동차주의 발목을 잡아채고 있다.
자동차주는 국내 수출주 가운데 가장 환율 변화에 민감하다. 특히 현대차는 경쟁상대인 일본의 엔화 환율 변화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엔화 약세가 되면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수출이 유리해질 수 있어 현대차에는 불리하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일본중앙은행이 자산매입 규모 10조엔 확대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내리막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엔화 약세 추세를 확언하기 어렵지만 근래 엔화의 강세가 상당했던 만큼 일정 수준의 되돌림은 불가피해 보인다. 자동차 업종에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사업영역이 글로벌화한 만큼 엔화 약세만 문제가 아니다. 작년 4분기 현대모비스의 실적에 치명타를 날린 것은 인도 러시아 체코 등 신흥국 통화의 약세로 인한 부품판매 이익률 급감이다. 이 탓에 현대모비스 주가는 연초 이후 강세장에서도 3% 이상 하락(15일 종가 28만3000원 기준)한 상태다.
기아차의 경우 신차 K9 효과로 반짝 강세를 보였지만 엔화 약세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특히 글로벌 판매에서 통화 약세인 동유럽 비중이 13%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차별화를 이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환율 여건이 악화돼도 자동차 수요 자체가 늘어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못하다. 미국과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부진 등 자동차주의 실적개선 모멘텀이 크지 않다. 특히 최근 미국의 가솔린 공급량 감소는 자동차 판매 위축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주목된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가솔린 소매공급의 경우 최고 일간 6500만갤런에 달했던 것이 최근에는 3000만갤런 수준으로 급감했다. 에너지의 수요가 활발하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직 반전의 기회는 있다. 엔화 약세의 정도가 국산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준까지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신흥국 통화가 안정세를 찾는다면 올 1분기 턴어라운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