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자금이냐, 운영자금이냐= 14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지난해 500억원 이상 CB, BW를 발행한 코스피 주요 10개 상장기업의 재무구조와 실적 추이, 주가흐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채발행으로 마련된 자금을 시설투자에 쓴 3개 기업은 발행물량 증가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 증가 기대와 함께 전반적으로 주가가 강세였다.
한국카본(017960), 웅진에너지(103130)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12월 CB, BW를 발행한 이후 주가가 각각 58.8%, 53% 상승했다. 한국카본은 BW 발행자금 400억원 가운데 300억원 가량을 캄보디아 고무나무 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에너지는 BW발행 자금 상당부분을 태양광용 잉곳 1GW, 웨이퍼 1GW의 생산능력을 갖춘 대전 제3공장 건설 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CB와 BW를 합해 모두 1000억원의 시설투자용 사채를 발행한 SKC(011790)는 주가가 아직 약세(-23.1%)지만 내년에는 큰 폭의 실적개선이 예상되고 있어 주가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
박재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C의 사채 발행에 대해 “주당순이익 희석은 불가피하지만, 조달자금이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집행될 예정이라는 점과 낮은 이자율로 발행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운영자금이나 기타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사채를 발행한 나머지 7개 기업 가운데 4개 기업이 발행 공시 이후 주가가 30% 이상 급락했다. 두산건설(011160), 롯데쇼핑(023530), 대한전선(001440), 한진해운(117930) 등이다.
▶BW 발행 잦은 코스닥 경계= 코스닥 기업들도 CBㆍBW 발행용도에 따라 주가 움직임 엇갈리는 마찬가지다. 특히 잦은 발행은 위험신호다. 지난해 4회 이상 BW 발행을 공시한 기업 4개 가운데 3개 종목이 발행 이후 투자환기 또는 거래정지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6월 시설자금 마련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원료의약품생산을 위한 제4공장 신축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5% 늘어나는 등 상장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주가도 6개월 전에 비해 25% 가량 올랐다.
반면 지난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8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네오위즈게임즈는 비록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전망이 어둡다. 주가도 1년 전 대비 10% 가량 내려갔다. 최근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5만1000원으로 낮췄다.
한편 이달부터 의무 시행되는 ‘회사채 발행주관사의 기업실사’로 인해 상장기업들의 CBㆍBW 발행은 이전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실사를 통한 회사채 발행의 경우 두달 이상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반면, CB나 BW 발행은 의사회 의결만으로도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재원ㆍ신수정 기자 himis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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