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국민연금 사외이사 요청
KB·신한, 연금 추천시 검토
임기만료 이사 교체여부 주목
일각“ 관련규정 없다” 의견도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국민연금 사외이사 추천 요청을 계기로 사외이사 선임이 금융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3월 주총시즌을 맞아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이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국민연금에 관련규정이 없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유능하고 객관적이며 지배구조를 한층 강화시킬 수 있을 경우 사외이사 후보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어윤대 회장과 사외이사인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 김영진 서울대 교수, 이종천 숭실대 교수, 배재욱 변호사 등 5명으로 사추위를 만들어 사외이사 선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기만료 예정인 사외이사는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 함상문 KDI 교수,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이사, 이영남 이지디지털 대표이사,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 5명이다. KB금융은 이달 중 여러차례 회의를 가진 뒤 다음달 2일 새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3, 4년간 사외이사직을 유지한 이들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한금융은 지난 9일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사추위를 구성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사추위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사외이사 추천활동을 벌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 처럼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의뢰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라며 신한금융이 먼저 제안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는 이어 “다만, 국민연금에서 사외이사를 내겠다고 하면 사추위가 추천여부를 결정한 뒤 23일 열리는 주총소집 이사회에서 결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한금융은 3년동안 재임한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의 연임 여부가 관심이다. 두 사람은 라응찬 전 회장 당시 임명됐다.
예금보험공사가 최대 주주인 우리금융도 예보인사 1명이 사외이사로 들어와 있다.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와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헌 변호사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
그동안 연기금은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지난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력하게 주장한 데 이어 서정욱 변호사 등 법조인 100여명이 연기금의 성실한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면서, 연기금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서 변호사는 “3월 주총시즌을 맞아 국민연금이 성실한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은 효과적인 경영진 감시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지만, 우리 국민연금은 근거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팀/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