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의 긴축안 통과로 새 주를 시작하면서 여전히 시장 분위기는 유동성 장세로 인한 상승 추세 유지가 우세하다. 하지만 지난 옵션만기일을 기점으로 유동성 랠리가 마냥 갈 수 없다는 경계론도 꽤 힘을 얻고 있다. 유동성이 시장에 계속 풀리기는 어려운데다, 시장이 많이 올라 차익을 실현할 때가 됐다는 논리다. 특히 3월 동시만기를 앞둔 수급 부담은 가장 큰 ‘복병’으로 꼽히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투기적 단기자금은 1~2개월에 걸쳐 10~20% 정도의 수익을 노리는 게 일반적인데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 이후 자산별 수익률을 보면 초기 진입한 투기자금은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질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동반약세는 경기모멘텀을 중요시하는 장기자금이 아직 들어오고 있지 않은 가운데 단기 투기성 자금의 차익실현 매물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여겨진다”며 5~7주간의 자금유입과 반대로 비슷한 기간 차익실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LTRO 이후 자금이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이 아니라 일부 신흥국에 집중된 것도 투기적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차익실현 스토리의 구체적 방법으로 힘을 얻는 게 ‘왝더독(wag the dog)’ 경계론이다.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수에 지나치게 의존한 랠리였던 만큼 역풍의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베이시스(주식선물가-주식현물가) 시장가격이 이론가격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은 100% 무위험차익거래 기회다. 여기에 원화 강세 추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월 옵션만기에 청산물량이 나오지 않았다. 3월 동시만기를 앞두고 베이시스가 더 좁아질 가능성은 낮다. 즉, 매수차익거래 유입 확률이 낮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도 “LTRO 이후 신흥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의 69.6%가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다. 국내에서는 외국인 투자금의 83.7%가 인덱스나 차익거래 형태로 유입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2009년 이후 순자산 대비 자금 유출입의 회전규모를 보면 ETF가 2.97%로 일반 자금의 0.9% 대비 3배 이상 높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또 “LTRO 이후 외국인 평균매입 원/달러 환율은 1120~1130원대에 집중돼 있다. 차익거래매수잔고 매입평균은 1127.5원이다. 그런데 옵션만기를 앞두고 1110원대로 떨어졌던 환율이 1120원대를 회복하면서 환차손 가능성에 직면한 점도 위험요인”이라고 풀이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