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린 금융지주회사들이 서로 입을 맞춘 듯 주주들에게 이익의 11%를 배당하기로 했다. “고액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거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해 3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내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3조원대 이익을 달성한 신한금융지주는 1주당 750원씩 3556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이로써 전체 이익에서 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11.4%로, 전년도 14.9% 보다 오히려 3.5% 포인트 떨어졌다.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작년과 같이 주당 750원씩 배당키로 한 때문이다.
KB금융지주도 2조3730억원의 이익을 거둬 주주들에게 주당 720원씩 2787억원을 배당키로 했다. 배당성향은 11.7%로, 신한지주와 마찬가지로 1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년도 배당(주당 120원)이 적었던 탓에 올해는 주당 1000원씩 배당해 15%대의 배당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시장기대치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서는 금융지주회사들이 “비 올 때를 대비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을 내리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1조2280억원의 순이익을 낸 하나금융지주나 2조원 남짓 이익이 기대되는 우리금융지주도 10~12%의 배당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해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서로 번갈아 가며 큼 고액배당을 자제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금융지주 CEO 가운데 일부는 “배당이 적으면 외국인 주주들이 이탈해 주가가 떨어지고,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외화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반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윤재섭 기자/@JSYU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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