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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값 논쟁 전선에 또다시 전운...정유사들 가시방석
정유사들 기름값 상승, 재벌 개혁, 유류세 논란 속 사상 최대 실적 좌불안석
주유소 기름값이 25일 연속 오르는 가운데 사상 최대 실적 발표를 앞둔 정유사들이 가시방석에 앉은 형국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유 부문의 이익률은 크게 낮아졌지만,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름값 상승의 원흉으로 또다시 지목될까 좌불안석이다.

30일 증권가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정유 4사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65조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8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약 70조원에 영업익은 3조원 전후가 예상되고 GS칼텍스의 매출과 영업익 추정치는 48조원과 2조원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매출 30조원 돌파, 영업이익도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현대오일뱅크도 17조원 매출에 5000억원을 넘는 수준의 영업익이 전망된다.

다음달 2일과 3일 연달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등은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새해들어 25일 연속 오르고 있는 주유소 기름값 때문이다. 실제 30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77.44원으로 지난 5일 1933.30원 이후 25일 연속 올라 44원 이상 인상됐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란 위기로 국제유가가 오른 것이 반영됐을 뿐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0.5% 밑으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2010년 기준 정유4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2.2%였다.

정유사들은 고도화설비 가동으로 정제마진을 높였고 윤활기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증가 및 해외자원개발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는데 단순히 주유소 기름값 상승에만 관심을 두는 여론 악화가 큰 부담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51조4400억원 중 해외시장 비중이 28조4360억원으로 55%를 넘어섰고 브라질 광구 매각대금 1조5000억원이 실적에 포함됐다. 에쓰오일은 윤활기유 사업 강화에 나서 지난해 상반기 6000억원 매출에 1800억여원의 영업이익으로 3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와 정치권의 재벌 옥죄기 분위기도 신경쓰는 눈치다. 1년전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 발언 이후 리터당 100원 인하라는 고육지책을 냈고 알뜰주유소 출현을 좌시할 수 밖에 없었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재벌 개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서민생활에 밀접하고 과거 유가 자유화 이전 정부 통제를 받았던 정유사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시민단체가 나서 정부가 지나치게 많은 유류세를 챙겼다며 기름값 논쟁 전선에 기름을 끼얹었다. 소비자시민모임 석유감시단은 지난해 유류세 분석 결과, 정부가 전년보다 9779억원 더 많은 세금을 걷었다고 주장했다. 국제유가가 120~130달러에 거래됐을 때도 유류세에 붙는 탄력세율을 저유가 시 부과되는 수준인 휘발유의 경우 11.37%, 경유는 10.29%로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류정일 기자 @ryu_peluche> 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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