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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기자의 머니스토리> 자본시장법·경영투명화…금투협 새 수장에 바란다
고대 로마의 선거제도는 오늘날의 선거제도와 가장 가깝다. 특히 놀라운 점이 정당제도다. 고대 로마에 무슨 당이 있었겠느냐 싶지만, 그렇지 않다. 피보호자 클리엔테스(Clientes)와 보호자 파트로네스(Partrones)의 관계는 사실상 정당과 가깝다. 로마 선거의 실질적 단위는 사실상 클리엔테스다. 그 숫자에 따라 파트로네스의 득표력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각 씨족 대표를 모아 원로원을 만들었는데, 씨족 대표가 파트로네스, 이들이 대표하는 씨족 구성원이 클리엔테스가 된 것이다.

건국 당시 약 7개였던 클리엔테스 단위는 공화정 말기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이후 원로원파와 반원로원파로 양분되며 오늘날의 양당제 형태를 띠게 된다. 유명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대결도 사실상 양당 간 전쟁이다.

금융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로 회장을 뽑는 금융투자협회장 예비후보로 6명이 추천됐다. 정의동 전 한국증권예탁원 사장을 비롯해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성태 전 대우증권 사장 등 3명의 전직자와 전상일 동양증권 부회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유흥수 LIG증권 사장 등 3명의 현직자다.

금투협은 이전 증권업협회와 자산운용협회 그리고 선물협회 등 증권ㆍ투자관련 단체가 통합된 단체다. 투표는 증권업협회의 1사 1표제와 자산운용협회의 회원사 규모별 차등표결제를 혼합한 방식이다.

특히 대부분의 증권사가 계열 자산운용사를 갖고 있는 만큼 사실상 클리엔테스 단위가 성립된다. 청와대나 금융위 등 정부 권력이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누가 더 많은 클리엔테스 단위를 확보하느냐에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선거란 게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만 일단 세간의 평가는 관료 출신 가운데 가장 고참인 정의동 전 사장, 민간 사장 출신 가운데는 대우와 우리투자 빅2 사장을 모두 지낸 박종수 사장이 우세하다는 분위기다. 정작 중요한 것은 후보가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위해 어떤 비전과 공약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은퇴하기가 좀 그러니 ‘한 번 더’ 해보겠다는 뜻이라면 자격 없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각 후보자는 이에 대해 회원사는 물론 일반 투자자에게도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보추천위원회의 객관성도 의심받고,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오해도 살 수 있다.

당장 증권사를 투자은행 단위로 도약시킬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어떻게 이뤄낼지가 급하다. 또 자율규제기관으로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불완전판매와 도덕적 해이를 단속할 일차 책임도 금투협에 있다. 투자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도 노력이 절실하다. 또 금투협 경영의 투명화도 필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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