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으로 높은 금리 제시 땐 일단 의심…하늘이 두쪽 나도 원금+이자 5000만원 넘지 않도록 해야
저금리 시대 은행예금 대안으로불안감 불구 저축은행 수신증가세
꼭 필요하다면 이자수령식도 유용
불친절한 경비원…
지저분한 화장실…
유명인과의 친분 강조 등
부실기업 징후 눈여겨 봐야
돈 굴릴 곳이 없어 고민하는 예금 수요자가 늘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률과 반대로 은행권의 예금 금리는 내리막을 타고 있다. 때문에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돈 까먹기 일쑤다.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려니 불안정한 금융시장 탓에 이자는커녕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 채권이나 선물투자는 따로 공부해야 할 만큼 알아둬야 할 금융지식이 많다.
정말 요즘처럼 목돈을 만들고 이자수익을 얻는 것이 어려운 때도 없다. 그래서일까. 올 한 해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쳤던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 규모는 전월보다 1조805억원 감소한 6조560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있었던 9월 말보다 감소폭(4조4578억원)이 크게 축소됐다. 저축은행으로 다시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불씨가 꺼지면서 기존 예금자가 다시 저축은행을 찾고 있다”면서 “저축은행도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나서면서 여ㆍ수신 규모가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무 저축은행에 돈을 넣어서는 안된다. 2차 구조조정에서 적기시정조치(영업정지) 유예 판정을 받은 6개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경영진단 결과가 이달 말께 나오기 때문이다.
또다시 문 닫는 저축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떤 저축은행이 해당되는지는 기밀사항이다. 미리 알았다가는 법적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마냥 고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을 외면하기는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공식적인 경영지표도 믿을 게 못 된다.
안전한 저축은행을 찾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른 저축은행보다 예금금리가 비상식적으로 높은 저축은행은 일단 피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끌어와 메워넣어야 할 곳이 많다는 뜻”이라면서 “재무상황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대주주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대주주가 건설업체 경영자이거나 개인인 저축은행은 재무건전성이 쉽게 악화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저축은행이 대주주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면서 “사채업자 출신이 대주주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같은 논리로 대주주가 경기 민감업종 사업체를 운영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경영학에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부실기업 징후’를 저축은행에 적용해도 된다.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불친절하다든지, 화장실이 지저분한 경우, 또는 정부 고위급 인사, 정치인 등 유명인과의 친분을 유독 강조하는 저축은행도 의심해봐야 한다.
안전한 저축은행을 분별하는 만큼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원금과 이자를 합해 예금자 보호가 가능한 5000만원까지만 거래해야 한다. 5000만원이 넘는다면 분산예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금은 5000만원 미만이지만 불어난 이자로 원리금이 5000만원을 넘으면 위기 시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원금은 그대로 두면서 매달 이자만 돌려받는 ‘매월 이자 수령식’으로 예금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의 90%가 5000만원 초반대로 예치돼 있었다”면서 “반드시 이자 증가분을 감안한 원리금 합계가 5000만원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