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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대선 정치권 소용돌이…금융권 ‘포퓰리즘’주의보
각종 수수료 인하 등

정치적 계산에 압박 우려



금융권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최근 신용카드사를 시작으로 은행권, 증권사 등 전금융권을 휩쓸었던 ‘서민 수수료 인하’ 돌풍도 미국의 ‘월가 시위’ 영향보다 10ㆍ26 재ㆍ보궐 선거와 맞물린 정치적 이슈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더 많다. 때문에 일부에선 ‘선거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내년 4월과 12월에 각각 실시될 국회의원 총선 및 대통령 선거가 이미 전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부가 올 초부터 유통업과 정유업을 두들겨패기 시작하더니 최근 재보선에선 여론에 가장 민감한 금융업이 타깃이 됐다”면서 “업계에서는 총선 및 대선 레이스(행보)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치권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 및 후순위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특별법을 추진하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거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폭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에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각종 수수료 인하 움직임도 여론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급기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한 세미나에서 “은행과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을 금융권의 탐욕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불요불급한 수수료 항목을 개편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은행권에 투자은행(IB) 업무를 규제한 상황에서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익을 줄이라는 것은 아예 장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 경쟁이 아닌 정치적 이슈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카드업계는 대고객 부가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고, 금융지주사에 떨어진 ‘배당금 자제령’으로 외국인 주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산업·경영연구실장은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것처럼 은행서비스도 구매 활동의 일부”라면서 “가격은 시장에 맡기는 게 기본이고, 정부는 시장이 제 역할을 못할 때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금융권에서 일어난 일들은 포퓰리즘 성격이 있다”면서 “다만 라이센스 산업인 은행들은 정부가 과점을 보장해주는 만큼 스스로 수익구조 등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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