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법칙’이란 금융 부문의 충격이 실물(수출입)에 반영되는 데 대략 3개월이 걸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수출입 시스템상 해외 주문과 제품 인도까지 대략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한 것. 실제로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후 3개월 뒤인 11월부터 수출증가율이 -19.5%로 급락했다. 지난 8월 발생한 선진국발 재정위기의 여파도 10월이면 나타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7일까지의 수출입통계를 감안할 때 10월 무역수지가 약 20억∼30억달러의 흑자를 보일 것이며, 수출증가율도 두 자릿수(10∼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할 때 충격의 강도와 폭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는 그 좋던 수출증가율이 11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2009년 10월까지 1년 동안 지속됐다.
반면 올 8월 5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는 8월과 9월에 각각 수출증가율이 26%, 20%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도 각각 4억8000만달러, 14억35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0월에도 20억∼30억달러의 무역흑자와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기록할 경우 일단 실물경제는 글로벌 재정위기로부터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재정위기의 발원지인 미국과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증가율 추이도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 지난 9월 대미 수출증가율은 15.9%, 대EU 수출증가율은 11.2%를 기록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의 70%는 신흥시장에 집중돼 있고 미국과 EU에 대한 수출비중은 각각 9.5∼9.7% 수준”이라며 “미국과 유럽 지역의 수요 감소가 결국에는 신흥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세계경제가 2008년 9월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정점을 지나는지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많다. 즉 현재 어떤 단계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만큼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리먼브러더스 당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그리스 재정위기의 불확실성 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향후 급격한 충격이 올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즉, 지난 8월 5일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위기의 종착점이라기보다 기나긴 위기의 터널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글로벌 재정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했을 때 단기간의 충격은 작은 반면 지루하고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