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운동 마지막날인 25일, 나경원-박원순 두 후보는 막판 바닦표심 훑기에 사력을 다했다. 전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원이라는 천군만마를 올라탄 박 후보는 기세를 몰아 ‘무박2일’의 강행군을 시작했고, 나 후보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서울 한 복판을 누볐다.
▶安風에는 朴風으로=25일 나 후보는 프레스센터 내 자신의 선거 캠프를 방문한 박 전 대표로부터 수첩 하나를 건내 받았다. 박 전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서울 곳곳을 누비며 자필로 작성한 내용이 담긴 수첩이다. 이 수첩에는 보육 시설 확충과 수출의 길 확장 같은 구로디지털벨리 근로자들의 건의, 교원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노량진 고시생의 조언 등이 빼곡히 담겼다.
박 전 대표가 시민들과 만나며 서울시정과 관련된 건의사항에 대해 “우리 나 후보에게 꼭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확실한 신뢰를 표시한 셈이다.
서울역까지 나 후보와 박 전 대표는 함께 걸으며 길거리 유세도 가졌다. 그동안 이번 선거가 대선 전초전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며 단촐한 민심탐방 행보로 지원을 대신해왔던 박 전 대표가, 선거운동 마지막날 전면에 나선 것이다. 서신을 통해 야권 성향 표심 결집을 호소했던 안 원장 이상가는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는 지금까지 표심을 숨겨왔던 친여 성향 유권자의 결속을 확실하게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나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을 걷기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스킨십으로 장식했다. 이른 아침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나타난 나 후보를 향해 모닥불에 몸을 녹이던 상인들은 과거 나 후보가 이곳에서 ‘채험 삶의 현장’을 찍었던 인연을 떠올렸고, 나 후보는 “박스도 많이 날랐는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상인들과 설렁탕으로 아침을 함께한 나 후보는 ‘걸어서 서울 속으로’로 이름 붙인 마지막 유세 일정답게 종로와 대학로, 신촌, 길음동 등 주요 지점을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며 마지막 한 표를 호소했다.
▶‘무박2일’ 마지막 강행군=“꼭 투표장 나와서 10번을 찍어 주십시오” 박원순 야권단일(무소속) 후보가 뜬눈으로 새벽 유세 강행군을 진행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박 후보는 이날 자정 대리운전 기사들이 모인 강남 교보타워 빌딩 부근 논현역을 방문, 막판 유세를 펼쳤다. 자신의 지지층인 서민과 젊은 시민들이 주로 모이는 시장, 번화가 등의 장소를 선택해 이들에게 한 표를 부탁하는 무박2일 강행군의 시작이다. 유세 도중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대리기사의 말에, 시장이 되면 이들을 위한 대기실 마련 등을 고려해볼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또 노량진 수산시장, 강서농수산물시장, 남대문 시장을 연이어 방문, 새벽부터 일하는 시장 상인들과 어우러지며 ‘서민 시장’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릉 청수장에서부터 종로구 청진동까지 시내버스로 이동하며 새벽 출근하는 서민노동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청진동에서는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 방송 유세에도 힘을 쏟았다. 새벽 유세 직후 라디오 방송 두 군데와 인터뷰에서 “서울시 유세기간 동안 변화의 바람을 느꼈다”며 “변화를 위한다면 직접 투표장에 나와 기호 10번을 찍어달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이고 고장난 엔진을 두고 값비싼 카시트, 카 오디오로 차를 꾸미는 것은 우선이 아니다”라는 장안동 한 카센터 직원의 말을 예로들며, 시민의 삶을 변화시킬 후보로 자신을 선택해 줄 것을 호소했다.
<최정호ㆍ박정민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