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24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2차 북미대화에 돌입했다.

지난 7월 뉴욕에서 열린 제1차 북미대화가 ‘탐색전’에 가까웠다면 이번 대화는 6자회담을 향한 본게임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6자회담 재개를 놓고 양국간 입장차가 여전히 엇갈려 이번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될지는 불투명하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22일 오후,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후임자인 글린 데이비스 IAEA 미 대사는 23일 오전 각각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김 부상은 이날 숙소 앞에서 기자들에게 “뭔가를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지켜보자”고 말한 뒤 입을 다물었다. 지난 뉴욕 회담에 앞서 “6자회담을 낙관한다”는 기대감을 피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린 데이비스 차기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숙소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휴식을 취하려 한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번 대화의 핵심의제는 6자회담 이전 비핵화 사전조치 문제다.

북한은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를, 미국은 “6자회담 재개 전 사전조치 일괄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주문하는 사전조치로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등이 있다. 북한은 특히 UEP 중단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 카다피의 사망 직후인 이번 북미회담의 시점도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다피 사망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핵무기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도 리비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양국 대표단은 나란히 제네바 시내 켐핀스키 호텔에 묵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양국이 회담 기간 같은 숙소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양국 대표단이 24일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 25일 북한 대표부에서 열리는 공식 회담 이외에 비공식적인 물밑접촉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