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이 스위스 제네바에 떴다. 2차 북미 고위급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3년7개월만에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찾은것.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그의 입이 굳게 닫혀있다. 평소 언론의 질문에 ‘말할 수 있는 것 정도는 말해준다’는 평가를 받던 그는한국 기자들에게는 말이 잘 통하는 북한 고위인사 1순위였다. 하지만 이번만은 평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태도다.
제네바 입국 당시에도 그는 입국장 안팎과 공항 귀빈(VIP)실 밖을 지키고 있던 외신 기자들을 따돌리고 공항 계류장에서 바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회담 전에 언론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던질 기회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회담을 하루 앞둔 23일에도 제네바의 북한 대표부에 갔다 오면서 숙소인 켐핀스키호털을 지키고 있던 언론과 두 차례 조우했지만, 두 번 모두 담담한 표정으로 “두고보자”고만 짤막하게 말했다.
지난 7월 뉴욕에서 열린 1차 북미대화 때 “6자 회담을 낙관한다”며 미국 입국 때부터 회담 틈틈이 여러 말을 했던 것과는 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특히 제네바는 1994년 제네바 합의가 탄생한 역사적 도시라는 점이 그의 침묵을 더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카다피 사망과 맞물린 회담 시점이 별로 좋지 않고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입장차도 여전하기 때문에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가기에 유리한 상황이 아님을 인식한 조치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런 와중에 외교가 일각에는 북미 대표단이 이례적으로 한 호텔에 머문 것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미국과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된 이유를 묻는 말에 김 부상은 “모르겠다”, 미 대표단의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은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에 모종의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특히 2차 북미 대화 기간에 공식적인 논의 외에 비공식적인 접촉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미가 상당히 거리를 좁힐 수 있는것 아니냐는 관측도 외교가 일각에서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대표단이 북미 대화 때 같은 숙소에 체류한 것은 처음 본다”면서 “숙소에 대해서는 사전에 양쪽에서 서로 합의가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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