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안철수 때리기 공세

민주, 독자행보 가능성 우려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 앞에서 한동안 숨죽이며 기성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 자성하던 여당의 태도가 하루 만에 돌변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한나라당과 현 집권세력을 싸잡아 비난한 데다, 여권의 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하는 현상이 빚어지자 집토끼 잡기에 나선 것.

여당은 6일 안 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원순 변호사는 진보진영에서, 안철수 원장은 IT 분야 경영인으로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후보 단일화를 위해 만나는 것을 국민들이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박 변호사의 출마는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안 원장을 후보 단일화라는 악순환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젊은 지도자(안 원장)가 단일화 과정에서 상처 입고 순수성이 훼손된다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혹평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선거구도를 왜곡하고 뒷거래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김형오(한나라당) 전 국회의장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 “시민사회나 전문 분야 영역에서 신뢰를 쌓은 분들이 정치권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부에서 온 사람은, 개인은 있어도 세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외톨이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안풍을 잠재울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유력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당내 비토세력에 발목이 잡힌 데 이어 안풍이 불어닥치면서 출마선언조차 못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여권의 다른 후보군은 지지율 부진을 면치 못하는가 하면 외부로 눈을 돌려보지만, 안 원장의 독주에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안철수 바람에 휩쓸려 존재감이 급속히 축소되자 더욱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두 인사가 야권 단일화의 품 안으로 들어오면 사정은 그나마 나아지겠지만, 제3의 정치세력으로 독자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야권은 한마디로 혼돈을 넘어 패닉 상태다.

야권 통합을 추진 중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당연히 범시민야권단일후보 선정절차에 참여해 함께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고,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한번에 통합후보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과 박 이사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라는 일종의 압박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안 원장을 때리면서 후보를 찾다가 세월을 다 보내고, 민주당 등 기존 야당은 반한나라 전선의 중심에서 배제되는 여야 최악의 시나리오도 전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