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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만장자 명품재벌 피노가 아트에 꽂힌 이유는?
그는 명품 왕국의 제왕이다. 전 세계인이 너나없이 갖고 싶어하는 구치(GUCCI) 백과 이브생로랑(YSL) 패션의류를 만들고, 영국 기업에 넘어갔던 프랑스의 최고 와인 ‘샤토 라투르’를 고국으로 되찾아온 기업인. 프랑스의 억만장자 명품 재벌 프랑소아 피노(75) PPR그룹 명예회장이다.

평범한 목재소 집 아들로 태어나 고교를 중퇴하고 아버지 일을 거들다가 작은 목재 유통회사를 차린 피노 회장은 이후 럭셔리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찍이 명품 사업의 잠재력을 간파한 그는 구치를 잡기 위해 LVMH와 피 튀는 ‘M&A 전쟁’을 거쳐 오늘날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럭셔리 왕국을 건설했다. 그런데 그는 ‘아트’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동안 모은 2000여점의 수집품(수조원대로 평가)도 일일이 직접 보고 컬렉션했다. 그는 왜 아트, 그것도 난해하고 도발적인 현대미술에 꽂혔을까? 


여간해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길 꺼리는 피노 회장이 2일 서울 청담동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송은아트스페이스 주최로 2일 개막한 ‘프랑소아 피노 컬렉션: Agony and Ecstasy(좌절과 황홀)’ 오프닝 참석차 내한한 그에게 현대미술에 열광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현대미술, 즉 동시대 미술에는 기업의 현재와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미술을 보면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고 답했다. 평소 “나는 삶에서 다양한 지평선을 발견하고 싶다”고 말한 그다운 발언이다. 이번 서울 전시에 나온 22점의 조각과 회화는 모두 수십억,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작품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도발적이거나 지극히 혁신적인 것이 공통점이다. 참여작가는 제프 쿤스(사진 왼쪽), 데미안 허스트, 신디 셔먼, 무라카미 다카시 등 4명. 모두 기라성같은 당대 최고 스타 작가다. 특히 데미안 허스트의 포름 알데히드 수조작업을 비롯해 대부분의 작품이 한국에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명품 사업에 뛰어든 뒤론 거금을 쏟아부으며 ‘슈퍼 컬렉터’로 부상한 피노는 세계 1위의 미술품 경매사인 크리스티를 인수했는가 하면, 2007년에는 초대형 다국적 갤러리(헌치 오브 베니슨)도 손에 넣었다. 또 사재를 털어 베니스에 초대형 미술관인 푼타 델라 도가나(바다의 세관이란 뜻)와 팔라조 그라시도 건립했다. 이 미술관 리노베이션 작업은 안도 다다오가 맡아 베니스를 찾으면 꼭 가봐야 할 문화명소로 떠올랐다. 영국잡지 ‘아트뉴스’가 선정하는 ‘세계 미술계 파워인물’ 1~3위에 늘 오르는 그는 이렇듯 ‘명품 패션-갤러리-경매-미술관’으로 이어지는 토털 예술왕국을 일구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 세계 미술계가 그의 손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없을 정도다. 


피노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기업에도 지대한 관심사다. 특히 미술품 투자와 미술문화사업에 힘을 써온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이번 피노 컬렉션전은 미술 사업과 아트 컬렉션을 소리소문 없이 펼쳐온 ㈜삼탄의 송은문화재단(이사장 유상덕)이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했다.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앞으로 해외 유명컬렉터 소장품전을 연속적으로 펼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한국 미술애호가들에게 현대미술의 따끈따끈한 현주소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겠다는 것. 삼탄은 또 젊은 작가 후원(송은미술상)과 함께 국내외 주요 미술품도 적잖이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또한 피노의 아트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 피노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삼성미술관 리움을 빼놓지 않고 찾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피노가 베니스에 설립한 팔라조 그라시 미술관의 보드 멤버로 이름이 올려져 있기도 하다.

미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창의경영을 도모하며, 동시에 예술 투자도 하는 피노의 전략은 이제 한국에도 초미의 화두로 떠올랐다. 과연 창의경영의 시대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ㆍ사진=안훈 기자/rose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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