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을 모르고 치솟던 금값이 급격하게 꺾이는 양상이다. 금값은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이틀동안에만 온스당 160달러 이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급락원인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최근 너무 과도하게 금값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킹스뷰 파이낸셜의 매트 제먼 수석트레이더는 “금값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점에서 오늘 같은 폭락은 놀랍지도 않다”라며 “대량 거래속에 금값이 급락한다는 것은 일부 큰손 투자자들이 금을 처분해서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MF글로벌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필 스트레이블도 “지금은 투자자들이 팔고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더이상 금이 안전하지 않다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도 많은 투자자들의 금 비중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글라디우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앤드루 스트라스만 대표의 경우, 갖고 있던 금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그는 “금값이 더 오를 수 있겠지만, 이정도 오른 것이 나한테는 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금값 조정은 더 급격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6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이 잭슨홀 컨퍼런스 연설에서 미국 경제 부양을 위해 새로운 양적완화정책을 시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런던앤캐피털의 아쇽 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잭슨홀 연설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금값 조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월스트리스저널(WSJ)에 따르면, 은값이 급락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금값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의 선물증거금이 연이어 인상되면서 5월 초 은값이 30% 가까이 밀린 바 있다. 그리고 현재 금 시장이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전일 상하이금거래소가 증거금율을 11%에서 12%로 상향조정했으며, 뉴욕상품거래소(COMEX)를 소유한 CME그룹도 유사한 조치를 추가로 취할 지 모른다는 불안이 대두되고 있다. CME그룹은 이미 8월초 금선물 증거금을 22% 올렸다.
하지만 이번 금값 하락이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미국의 경기 침체, 유럽의 채무위기,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등 아직 불안요인이 가시지 않은만큼 단기 조정 이후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컨버전트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존 워크만 수석 투자 전략가는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 엄청난 위기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마크 루치니 수석 투자 전략가는도 투자자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금을 팔지 말 것을 권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