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끝내 이변은 없었다. 홀홀 단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공짜 복지는 안된다”고 외치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끝내 그렇게 무너졌다. 그동안 공들이며 뛰던 참모진들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붙이면서 ’패배하면 각자도생이다”라고 말한 오세훈 시장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넋을 잃었다.
오후 5시까지 간신이 20%를 넘기던 투표율에도 직장인 들이 퇴근하면서 양상이 바뀔 것이라고 믿고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퇴근하기 시작한 6시 이후를 기대하며 끝까지 상황실을 지키던 공무원들도 7시 투표율이 23.5%에 그치자 실낱같은 희망마저 버렸다.
곧이어 8시 30분에서 9시 사이에 오세훈 장이 입장 발표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오늘 바로 사퇴 발표를 하는 것 아니냐” 성급한 진단도 잇따랐다.
당장 서울시는 혼란에 빠진 모양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삼삼오오 모여 전망 등을 예측하기 바쁘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은 가슴은 없고 머리만 있다”며 “어차피 바뀔 시장이라면 시정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게 9월이전에 사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공무원은 “당분간 주민투표로 흐트러진 시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최소 1~2개월은 시간이 필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은 “오세훈 시장 성격상 미적지근한 것을 못참기 때문에 오늘 바로 사퇴 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이 오시장을 버렸는데 오시장이 당과 협의후 사퇴를 하겠냐”며 “자존심을 꺾고 10월까지 버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패배로 시장이 언제 사퇴하든 간에 우선 시정은 권영규 행정1부시장 추스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그간 벌려온 사업들을 마무리 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시의회의 제동도 만만치 않게 된다. 예비비를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양화대교 보강공사 먼저 중단되고 자연형 호안으로 바뀌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탈바꿈시킨 한강 르네상스 사업도 올스톱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새 시장이 선출된다면 소속 당 여부를 떠나 오 시장 핵심 추진 사업인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한옥마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서 새시장이 나온다 해도 새로운 성과를 만들기 위해 기존 사업을 갈아 엎고 새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사업 부진으로 애를 먹는 용산 역세권 개발이나 뉴타운, 강남 재건축 사업도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일부 실ㆍ국장ㆍ본부장 등도 오 시장 사퇴에 따라 대대적으로 교체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 시 직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진용 기자 @wjstjf>jycaf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