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이 계속되며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관련 법안이 8월 임시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24일 국회와 언론계 등에 따르면 국회 문방위는 지난 19일 첫 전체회의가 민주당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무산된 뒤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어 법안 심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KBS 도청 의혹’에 연루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법안심사소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까닭에 23일 예산결산심사 소위와 24일 전체회의가 잇따라 취소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의원에 이어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로 내정된 허원제 의원은 23일 “미디어렙법 통과는 8월 국회가 거의 끝났기 때문에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할 것” 이라고 말해 8월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무산을 공식화했다.
한편, 민주당은 한선교 의원의 소위 위원장 사퇴를 보이콧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한의원이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취임과 함께 9월 국회에서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인 것이 알려지면서 입장이 애매해진 상태다.
언론계에서는 8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방송·신문 광고 시장이 혼탁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디어렙 관련 법안은 지난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이후 약 2년 10개월째 표류 중이다.
법률 공백상태가 이어지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방송사들에 계약을 코바코에 위임하도록 행정권고를 했고, 현재까지는 방송사들이 이를 따르고 있지만 최근 들어 이런 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SBS나 MBC는 민영 미디어렙 설립을 위해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월1일 개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종합편성채널도 개국에 앞서 조만간 본격적인 광고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행 방송법상 종편이나 보도채널은 PP의 지위를 갖고 있어 직접 광고 판매를 할 수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은 종편의 미디어렙 광고 위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미디어렙 법에 포함해 통과시키려고 한 반면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미디어렙 법안 처리 지연이 특히 종교방송이나 지역방송 같은 중소규모 방송사들의 광고 매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관련 법 조항이 효력을 잃은 상태에서 민영 미디어렙이 생겨나고 종편 채널이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면 광고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매체력이 약한 중소 방송사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언론노조는 종편의 미디어렙 강제 위탁을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렙 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23일부터 이틀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는 “종편에 광고 직거래라는 특혜가 주어지면 지역방송, 종교방송, 중소·지역 신문은 존폐의 위기에 빠진다”면서 “미디어렙 법 통과가 무산되면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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