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을 가보니
무상급식 범위에 대한 민심은 세대와 지역에서 갈렸다. 전면적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을 놓고 투표 초반 서울 민심은 강남 vs 강북, 중ㆍ장년층 vs 젊은층으로 나뉘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강남 3구’는 ‘열기’, ‘강북’은 ‘썰렁’=오전 11시 현재 투표율 11.5%. 이 중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가 높은 투표율을 보인 반면 성북, 강북구 등 강북 지역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세대별로도 뚜렷한 차이를 보여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은 투표자 대부분은 중ㆍ장년층이었다. 젊은층 투표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대표 부촌인 강남구 도곡1동 투표소에는 일찍부터 투표하러 나온 주민들로 분주했다. 주로 중장년층인 20여명이 투표소 앞에서 자신의 투표순서를 기다렸다.
지팡이를 쥔 백발의 70대 할아버지부터 급하게 나오느라 물 한잔도 못 마셨다는 60대 할머니까지, 이들은 “온 순서대로 줄 서요”라며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투표에 대한 열기가 느껴졌다.
같은 시간 강북지역 투표소는 한산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자치회관에 마련된 혜화동 제2투표소의 경우 오전 6~8시까지 투표하는 유권자 대부분은 60~70대 노인이 주를 이뤘다.
인원도 많지 않아 오는 즉시 바로 투표를 마칠 정도. 수유초등학교에 마련된 수유1동 제5투표소에는 오전 7~8시 사이 투표자는 1~2명에 불과해 다소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박성길(58) 씨는 “투표하러 온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 같다”면서 “이러면 곤란한데… 걱정이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 망하게 놔둘 수 없어 투표하러 왔다” vs “애들 밥 좀 먹이자는데… 투표 안 한다”=투표장을 찾거나, 투표를 거부한 사람들의 입장도 명확히 엇갈렸다.
투표시작 시간에 맞춰 투표소를 찾은 우종문(60ㆍ자영업) 씨는 “투표는 당연한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라면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집 애들까지 무상급식하는 건 옳지 않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실시해도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 수 있는 조치를 고안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모(35ㆍ회사원) 씨는 “왜 우리 세금으로 부잣집 잘사는 애들까지 밥 먹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 돈이면 정말 필요한 곳에 복지비용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회사원 김성원(35) 씨는 “무상급식으로 거덜날 나라살림이라면 수십조원에 이르는 토목공사는 벌써 거덜났어야 한다”면서 “배고픈 아이들 제때 밥 먹을 수 있게 하는 게 진짜 복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회사원 이모(32ㆍ회사원) 씨도 “투표는 안 할 생각”이라며 “이번 투표는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주냐 마냐를 위한 투표가 아니라 이념투표처럼 돼버렸다. 그런 일에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섯 살 난 딸을 둔 주부 송모(35) 씨도 “처음엔 우리 아이도 학교를 갈 테니 투표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양쪽에서 싸우는 꼴이 보기 싫어 관심을 끊었다”고 했다.
특별취재팀/hhj6386@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