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부촌으로 급부상
골드시니어·CEO 속속 입주
단독택지 한달새 30여건 거래
한채 30억 넘는 집 수두룩
80억 타운하우스 분양도 호조
[판교=김민현 기자] 강북에서 강남을 거친 부촌의 축이 또다시 이동 중이다. 이젠 판교다. 부촌의 대명사는 70년대 개발성장시대엔 평창동ㆍ성북동이었다. 그 후 청담동ㆍ한남동 시대를 거쳐 판교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 중에도 한국판 ‘베벌리 힐스’로 떠오르는 곳은 서판교다.
“저밀도 친환경 주거지로 개발된 서판교는 청담동에 비견되곤 합니다. 주거환경이 쾌적한 데다 강남 접근성이 탁월해 상류층이 모여듭니다.” (운중동 라임공인 관계자)
서초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15㎞ 남짓을 달려 판교IC를 빠져나오면 6차선 운중로 우측편으로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고급 주택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공터 곳곳에서는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판교 운중동 내 단독주택가다. 인접한 대장동, 하산운동 전원주택단지는 동네입구부터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치안과 녹색환경이 겸비된 특급 주거지역으로 부상하는 이유다.
강북 성북동ㆍ평창동ㆍ한남동에서 강남 도곡동ㆍ청담동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세로지르며 확장됐던‘ 부촌지도’가 서판교의 등장으로 또 한차례 남진(南進)하고 있다. 사진은 유력 기업의 CEO들이 모여살아 이른바‘ 회장님 동네’로 불리는 대장동ㆍ하운산동 내‘ 남서울파크힐 주택단지’ 전경. 이길동 기자/gdlee@heraldcorp.com |
그 중심 동력은 골드시니어와 CEO들이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이상훈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등 거물급 CEO들이 서판교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신혼집을 마련했다. 서판교 일대엔 CEO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다. 실제로 거래 호가가 많이 올랐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6월 한달동안 운중동 일대에서 30여건이 넘는 단독주택지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선호도가 가장 높은 E5블록(231∼347㎡)의 경우, 택지 매매시세는 3.3㎡당 1300만~1500만원. 필지로 따져봤을 때 분양가(3.3㎡당 850만원) 대비 1억~3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여기에 3.3㎡당 600만~800만원의 공사비를 들여 지하 1층~지상 2층짜리 고급주택을 올리게 된다. 토지값과 건축비를 합한 원가만 13억~15억원인 셈이다.
물론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건축비는 훨씬 더 올라간다. 지붕을 이탈리아에서 들여오는 경우도 많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이미 지어진 고급단독을 일괄매입하겠다는 강남권 골드시니어들도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한 채당 호가가 최고 25억원을 넘는 데다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진짜 돈 있는 사람 아니면 엄두도 못 내는 곳”이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지난 5월 LH가 공급한 단독주택용지(5필지ㆍ227∼246㎡)는 최고 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필지 판매가 완료됐다.
SK D&D가 분양 중인 단독주택인 판교 산운 아펠바움(34가구)은 분양가가 30억∼80억원(전용면적 176~311㎡)에 달한다. 하지만 속속 거래가 성사되며 계약률이 60%까지 올라갔다. 특히 ‘월든힐스’ ‘판교 운중 아펠바움’ 등 초기 이목 끌기에 성공한 호화 타운하우스들이 ‘부촌’ 이미지를 배가시켜 시너지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EO효과를 등에 업은 고급 단독주택이 판교를 신흥 부촌으로 격상시켰고 고급 타운하우스가 그 명성을 공고화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했다. ki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