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몰아부치는 정부의 서민금융 확대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 대출 확대와 연체이자 탕감 등 마구 발표되는 대책들이 수혜자들의 모럴헤저드는 물론 재원의 부실화까지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구색맞추기식’ 방안이라는 비판까지 쏟아져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1일 김병기 대표이사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부터 생계형 채무자 19만 명의 연체이자를 탕감하고 대출원금도 30∼50% 깎아주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서울보증보험이 대출보증해준 86만3193명의 22%에 해당하며, 채무 원리금은 8964억 원에 이른다.
서울보증측은 “생계형 서민 채무자의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회사 입장에서도 장기 미변제 채권에 대한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들 대상자들은 회사측조차 대출금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채무자들이다. 10년 이상이나 빚을 갚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이란 뜻이다. 때문에 서울보증이 제시한 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5년 이상된 장기 연체건도 이미 재무제표상 소멸된게 대부분인데 10년이상된 건은 사실상 사측이 이미 포기해버린 사안”이라며 “때문에 서울보증의 지원방안은 갚으면 좋고 안 갚아도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본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전환대출, 신용회복 지원 생활안정자금을 비롯한 서민우대금융을 적극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추진돼 온 서민금융지원 방안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지다. 서민우대금융은 일반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이들에게 제공된다. 연 2~14%대 저금리로 대출해 주기 때문에 담보력이 취약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의 창업과 생계 안정, 이자경감에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일각에서는 정부의 서민금융 대책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압도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저금리 신용대출을 공짜 돈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부작용을 막지 못할 경우 서민들이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무리 저금리라도 빚을 갚지 못하면 서민금융 제도의 부실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지원방안만 확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과 대권을 앞둔 정부의 포퓰리즘식 서민금융 지원에 대한 압박이 점점 강해지면서 실효성 없는 방안마저 나올 수 있다”면서 “무작정 서민금융을 늘려 빚으로 빚을 돌려막게 하기보다는 빚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김양규기자 @kyk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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