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특허 침해를 이유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를 요청하면서 두 회사의 대결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입금지 요청은 기존 법원을 통한 소송전과는 차원이 다른 조치다. 법정 소송이 주로 이익침해 방지와 손해 배상이 주 목적이라면, ITC 제소는 수입금지를 비롯한 강력하고 구체적인 제재를 수반한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모바일 전자제품의 대부분을 중국 등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들여온다. 미국 기업인 애플이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 시장분석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분기 북미 시장에서 아이폰 670만대를 팔아치우며, 블랙베리 370만대를 판매한 림(RIM)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단일 제품 판매 1, 2위 역시 애플 아이폰4, 아이폰3GS가 차지했다.
지난해 아이폰 판매가 애플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이 40%를 넘어섰다는 점, 그리고 전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서 애플이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로서는 이번 삼성의 ITC 제소는 경우에 따라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애플 제품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애플로서도 향후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해졌다는 의미다. 이는 스마트 패권을 놓고 삼성과 애플이 물러날 수 없는 불꽃튀는 한판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게 됐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압도적인 기술력과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애플이 파상공세로 나서자 주요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맞대응’을 할 필요를 절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무선통신 분야에서 특허를 제일 많이 가진 업체인데도 애플이 계속 소송을 해오자 그동안 ‘자제’에서 벗어나 ‘적극적 권리찾기’로 선회한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애플이 삼성 반도체 대신 대만업체로 구매선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 등이 나오면서 애플의 기세를 꺾을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삼성은 실제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추가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시장에서 적극적 방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ITC의 판단을 당분간 주시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보통 ITC에 소장을 내면 ITC가 조사할 지 여부를 한달내에 결정한다. 조사를 결정하더라도 실제 조사에는 상당기일이 걸린다. 최종 판단 여부는 수개월~1년 정도 걸린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삼성과 애플의 힘겨루기가 한동안 지속되면서 일정 시점 후 막판 타협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애플의 추가 반격이 예상되면서 삼성-애플의 공세와 반격의 수싸움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간) 미 ITC에 애플사의 특허 침해를 추가로 제소하고 해당 제품의 미국 수입금지를 요청했다고 30일 밝혔다. 제소 대상은 데이터 변환, 음악데이터 저장, 터치패널 입력 등 특허 5건이다.
<김영상ㆍ김대연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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