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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부터 장마라는데… 빗물 대시비설은 아직도 설계중?
"지난해 태풍에 쓰러진 나무 수십그루 그대로 방치"...주민들 "비오면 또 물난리" 분통

기상청이 오는 22일부터 중부지빙에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 예보했다. 장마 예보에 상습 침수피해 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과연 올해는? 헤럴드경제 취재팀은 지난해 침수를 당한 성뒤마을, 강서구청 사거리, 화곡, 자양동 등 서울시내 5곳을 직접 돌아봤다. 주로 저지대에 위치한 이곳에 빗물 대비시설이 들어서기로 했지만 아직 설계 중인 곳이 많아 올해도 비가 많이 올 경우 침수 피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심지어 아직도 침수 피해가 복구되지 않거나 복구 비용지원도 미미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빗물대비시설? 아직 설계 중이던데…=실제로 서울시와 각구에서는 상습 침수구역에 대한 빗물대비시설을 정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장마가 내리면서 피해를 입은 대림동 일대, 지대가 낮은 이곳에서는 지난해 하수관을 통한 원활한 배수가 안되며 피해를 크게 입었다. 현재 대림운동장 앞 대림로 길에는 하수도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공사는 마무리되지 않았고 하수도관은 길 한 쪽에 쌓여있었다. 공사 현장 앞 A아파트 경비원 이모(69) 씨는 “공사를 한 달 넘게 한 것 같다”며 “하지만 공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침수로 주택 등 1003개소가 침수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대림로 41길에는 여전히 공사가 마무리 안돼 하수도관, 공사 기자재가 길 한쪽에 가득 쌓여있다.

지난해 9월, 추석연휴를 맞아 시간당 400㎜의 폭우를 받은 화곡동, 신월동에는 하수도관 확장 및 하수도 내부 청소, 빗물 저류조 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로공원 저류조 공사는 현재 계획 중이며 올해 안에 결론이 날지조차 미지수다. 신월동에서 살고 있는 최모(63) 씨는 “홍수 피해로 살림살이 등을 다시 장만해야 한다. 없는 사람들만 자꾸 힘들다”며 울분을 토했다.

광진구 구의ㆍ자양동 일대. 이 지역은 지난 2010년 추석 전날 내린 폭우로 주택 및 상가 1674개소가 침수 됐다. 이 일대에 지하세대가 있는 주택가와 자양동 골목시장에 빗물과 역류된 물이 스며 들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자양동에 빗물 펌프장을 증설하고 구의에는 빗물저류조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광진구청에 따르면 이들은 아직 설계중에 있어 지난해처럼 폭우가 쏟아질 경우 아직 그렇다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기슭에 위치한 성뒤마을. 마을 입구에 마련된 간이 쉼터에서 한 여성이 손자를 낮잠 재우고 있다. 주민들은 “여름만 되면 마을이 물에 쓸려가는데 구청에서 관심도 없다”며 입을 모았다.

용산구의 신용산지하도의 경우 지난해 장마로 지하고가 거의 들어찼다. 옆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항모(58ㆍ여)씨에 따르면 “한 뼘만 더 차면 지하도 안에 있는 전등이 잠겨서 자칫 지나가던 사람들 감전될 뻔”했을 정도다. 1년이 지났지만 신용산지하도 인도 측에 달린 가로등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매달려 있는 높이도 낮아 항 씨의 말처럼 침수가 되면 쉽게 물에 잠길 것 같았다. 배수로라고도 15~20cm 정도 폭의 물길이 전부였다.

▶ 복구? 100만원 주고 무이자 대출해주는게 고작 = 강서구청 사거리 일대에서 A떡집을 운영하는 서모(51ㆍ여)씨는 지난해 폭우에 가게가 허리까지 잠겨 5000만원의 피해를 입은 의 말이다. 화곡역을 기점으로 강서구청을 향해 완만한 경사로 내려오다가, 부근에서 가장 지대가 낮은 이곳 사거리 일대로 물이 한꺼번에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구청은 그에게 백만원의 금액만 주고 나머지는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주는 데 그쳤다. 그는 “올해가 더 걱정”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작년 9월 내린 폭우로 인해 우면산 계곡 옆으로 향나무, 감나무가 부러진 채 일년이 다 되도록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방배동 래미안 아파트 건너편, 우면산 산기슭에 위치한 ‘성뒤 마을’은 판자집 40~50 여채가 들어서있다. 강남의 몇 안되는 판자촌인 이곳엔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부러진 나무 수십그루가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예산이 없대요. 작년에 산사태가 나서 감나무, 향나무 할 것 없이 다 부러졌는데 일년째 치워주질 않네요.” 성뒤 마을 주민 봉명호씨(46)는 “전기톱을 대여해 지붕 위로 쓰러진 나무를 손수 잘랐다”며 “구청 직원들이 산림청에 얘기 하겠다놓곤 오지도 않고 소식도 없다”고 말을 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서초구청의 “복구해주겠다”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눈치다. 성뒤 마을에 30년째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올해도 침수를 대비해 뭘 해준다는 얘긴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홍수 나는 거야 한두해 있는 일도 아니고…”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우리처럼 돈 없는 사람들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며 “복구해준다는 시나 구청 직원들 말은 다 허당이다. 매해 우리 스스로 쓰러진 집들 복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ㆍ사진=기동취재팀 @madpen100>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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