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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지의 검은 커넥션을 양지로…잠자는 ‘로비스트법’ 깨워라
폐해 막으려면…
로비스트 연루 비리사건

1998년 린다김사건

2001년 이용호 게이트

2006년 바다이야기


로비스트 합법화 방안

16대 국회서 첫 논의 시작

17대 국회 관련법 발의

로비스트 등록법 등 추진


로비스트법 무엇이 문제

변호사출신 많은 국회서 제동

이익단체 영향력 확대 우려

반대여론도 만만찮아


따내기 힘든 인ㆍ허가를 획득하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인맥을 동원하는 것이다. 가깝게는 친척이나 동창을 찾고, 과거에 그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관료와 줄을 댈 방법을 고민한다. 인맥이 권력이자 돈이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다. ‘인적 네트워크’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한다.

거대한 이권이 걸린 사업을 두고 벌어지는 검은 거래에는 어김없이 거물급 로비스트들이 등장한다. 방위사업 비리하면 떠오르는 1998년 ‘린다김 사건’, 상호신용금고(저축은행의 옛 이름) 불법대출 정ㆍ관계 로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2001년 이용호ㆍ진승현 게이트,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 그리고 이번 저축은행 사태까지 정권마다 터지는 권력형 비리 사건에는 이해 당사자와 정ㆍ관계를 연결해주는 브로커, 즉 불법 로비스트가 반드시 끼어 있다.

이런 음성적 로비의 폐해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음지에서 검은 거래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로비스트를 양성화하자는 것이다.

‘로비스트 합법화’ 논의는 16대 국회에서 처음 시작돼 17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되고 공청회도 열리는 등 활발히 진행됐다.

당시 이승희 민주당 의원(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공개에 관한 법)과 이은영 민주당 의원(로비활동 공개 및 로비스트 등록에 관한 법)은 각각 로비스트 합법화 법안을 대표 발의해 공론화를 시도했다. 주요 내용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로비스트 등록과 활동상황 등을 공개토록 하는 것이었다. 학연ㆍ지연ㆍ혈연으로 얽힌 한국 사회 특수성 때문에 정ㆍ관계, 재계 주변에서 음성적인 로비가 벌어지는 만큼, 이를 양지로 끌어올려 정당한 이익 활동과 불법 청탁의 범주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정몽준 의원도 16대와 17대 국회 때 로비스트 양성화 법안(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이 낸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가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아직 로비스트 합법화와 관련한 법안 발의는 없다.

18대 국회에서 로비스트 양성화 논의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해 연말이다. 당시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 로비 의혹이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사정으로 확산되면서 로비스트 합법화 논란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정몽준 의원은 ‘국익보호특별조치법(가칭)’안을 발의하려고 했었다. 내용은 우리나라 국익과 관련된 중요 사안에 대해 외국 정부나 단체, 연구기관 등으로부터 개정적 지원을 받는 대리인이 국회 증언이나 토론, 언론매체 기고 등을 할 경우 국익 보호 차원에서 관리ㆍ감독토록 하는 것이었다. 이는 국회 내에서 거부감이 큰 ‘로비스트 합법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면서 외국기업의 국익 침해행위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안은 부정적인 여론과 함께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은 국회 구조 한계로 발의되지 못했다. 전직 고위 관료들의 관련업계 진출이 관행화돼 있고, 주요 국정과제가 무분별한 로비스트의 로비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우려가 크며 자금력이 풍부한 이익단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반대론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내에서는 “로비스트 양성화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미국식으로 로비스트를 합법화하면 거대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영향력만 커질 수 있고, 정치자금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반대 논리다.

하지만 학계 등에서는 로비스트 양성화가 긍정적인 기능도 있는 만큼 이참에 다시 공론화해보자는 주장도 만만찮다. 활동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받도록 하면 불법 로비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창훈ㆍ서경원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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