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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전 기초노령연금법의 추억∼반값등록금 재정 알박기 되어선 안돼
4년전 기초노령연금법의 추억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 논의대로라면 반값 등록금은 기초노령연금법의 이란성 쌍생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졸속 처리가 걱정되는 이유다.

17대 대통령 선거해인 2007년 4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기초노령연금법을 통과시켰다. 1970∼80년대 산업화의 역군으로 한국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65세 이상 노인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하위소득 60%를 대상으로 연금을 지급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치권의 속내는 조금 달랐다. 당시 ‘더내고’(보험료 인상) ‘덜받는’(급여율 인하) 국민연금법개정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고, 불과 8개월 뒤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노인표를 의식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제 시행 4년 후 기초노령연금은 연못가의 황소개구리, 민물가의 베스가 되어버렸다. 법 통과 당시만해도 수급대상자는 300만명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올해 수급대상자는 388만명으로 늘어났다. 빠른 노령화에다 지급대상도 하위소득 60%에서 70%까지 올라갔기 대문이다. 놀라운 건 국회의원들이다. 기초노령연금액을 당장 두배로 올리자는 것부터 2020년까지 월 평균 30만원으로 개선하고 현재 70%수준인 연금지급 대상은 80%까지 늘리자는 온통 ‘확대’ 일색의 개정안이 줄줄이 국회에 올라와있다.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은 얼핏 봐도 현행 3조 7000억원에서 10∼15조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18대 대선을 1년 6개월 앞둔 2011년 6월. 연간 3∼5조원이나 들어갈 반값 대학등록금 지원 논의가 뜨겁다. 저소득층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데 말릴 사람은 없다.

하지만 4년전의 기초노령연금법과 반값 등록금은 이 오버랩(overlap)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공통점은 둘 다 재원마련의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기초노령연금법은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쳐 연간 약 3조 7000억원 가량이 지급되고 있지만 특별한 재원마련 논의 없이 2008년 시행됐다. 정부 관계자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갹출된 재원”이라며 “결국 정상적으로 지원돼야할 다른 복지 사업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반값 대학등록금 역시 재원에 대한 논의는 불충분하다. 정치권은 감세철회를 통해 2∼3조원과 세계잉여금 6조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는 올해에 운좋게(?) 확보된 예산일 뿐, 앞으로도 초과세수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세금을 신설해서 걷지 않는다면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다른 복지 예산을 줄여야한다. 대학등록금 지원 비용 3조 7000억은 우리나라의 취업자 2400만명이 1년에 1인당 15만 4000원씩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만만치 않은 돈이다.

복지와 관련된 예산을 한번 시행되면 줄이기 어려운 강한 관성의 법칙을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재부 관계자는 “자칫하면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국가 재정의 ‘알박기’가 될 수 있는 사업인만큼 논의단계에서 지원대상과 폭ㆍ재원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분야 예산은 86조 4000억원으로 전체 예산 중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8%에 달한다. 올해 복지예산 증가액 5조 2000억원 중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급여 등 법정 의무지출의 자연 증가분 3조원을 제외하면 약 2조원 정도가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예산이다. 만약 내년 이 돈을 모두 반값 등록금 지원에 쏟아붓는다면 다른 신규 복지 사업은 일절 기대할 수 없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복지예산은 다른 부문에 비해 아동들에 대한 지원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며 “아동과 대학생ㆍ노인의 차이가 선거권이 있고 없고에 있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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