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동결과 인상 전망이 팽팽히 맞서 있다. 관심은 기준금리 결정 후 김중수 총재의 발언내용이다. 특히 약 940조원에 달하는 가계의 금융부채에 대한 언급에 이목이 쏠린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가중되는 이자부담 우려로 동결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 동안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을 경고해왔다. 한은은 지난 4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가계의 고금리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고, 고가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빌린 가계일 수록 과다차입 경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담보 가액별로 채무상환 능력을 분석한 결과 담보가액이 클 수록 소득 대비 대출액 비중이 높았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가계일 수록 소득을 훨씬 초과해 대출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얘기다. 담보가액이 3억원 이하인 대출자의 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은 190%인 반면, 9억원 초과 주택보유자의 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은 360%에 달했다. 특히 담보가액 9억원 이상 대출자의 약 50%는 이 비율이 60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주택을 담보로 소득보다 과도하게 대출을 쓴 가계는 주택가격 하락의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한은은 “고가주택을 담보로 과도하게 차입한 가계일 수록 이자만 납입하는 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높다”며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과다차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3월말 기준) 대형 아파트 가격은 최고 수준에 도달했던 지난 2008년 5월에 비해 3.1% 하락한 반면 중형과 소형 아파트는 같은 기간에 각각 5.8%, 12.3% 상승했다.
최근에는 중소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중대형을 추월하는 ‘가격역전’ 현상이 매매ㆍ전세 시장을 넘어 신규분양 시장에서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택가격이 완만하게나마 오르면 괜찮지만 떨어질 경우 큰 문제다. 가계대출의 폭발력을 억제할 정책수단도 주택가격의 완만한 상승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채무상환 능력이 좀 떨어지는 가계의 문제는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이자부담이 소득 상위계층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비은행금융회사나 현금서비스ㆍ카드론과 같은 카드대출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통화정책 운영에서 가계의 과다차입 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얘기였다. 한은 금통위는 하지만 지난 5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5ㆍ1대책을 내놓았다. 이달 기준금리 결정 후 가계부채에 대한 김 총재의 발언도 주택시장 동향과 연관될 가능성이 크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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