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미분양 아파트 할인마케팅…건설사들 깊어가는 고민
고심끝에 내놓은 고육책불구초기분양가 산정논란 불보듯
기계약자 거센 저항도 부담
잦은 할인 가격민감도 높여
수요자 인하폭 확대만 기다려
정상가론 경쟁력 상실 악순환
대우건설은 최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짓는 ‘수원 인계 푸르지오(총 190가구)’를 20% 넘게 깎아팔고 있다. 당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3.3㎡당 1250만원대 분양가는 980만원까지 내려갔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 시스템 에어컨 분양가 포함 등의 추가혜택도 제공된다. 실수요층이 두터운 전용 84㎡단일 평형인데도 반년이 넘도록 절반 밖에 팔리지 않자, 고심 끝에 내놓은 ‘고육책’이다. 이 회사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공급한 주상복합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총 288가구)’도 최대 1억 8000만원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주택 경기가 장기침체로 빠져들면서 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 ‘파격 세일’이 줄을 잇고 있다. 미분양을 떠안고 있기보다는 울며겨자먹기로 헐 값(?)에라도 처분해야 비용 손실이 적고 부실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대폭 할인을 하자니 초기 분양가 산정을 둘러싼 ‘바가지’ 논란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할인폭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업계에서는 입주 1~2년차에 접어든 주변 단지 거래시세를 고려, 미분양 할인폭을 결정하는데 가격인하 카드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가장 확실한 ‘극약처방’으로 꼽힌다.
초기 대규모 미분양이 났던 GS건설의 대전 ‘유성자이(총 350 가구)’의 경우, 최고 32%에 달하는 파격 할인으로 대부분 물량이 소진됐다. 서울 고덕동에 위치한 현대산업개발의 ‘고덕아이파크(총 1142 가구)’도 두 차례에 걸친 할인 마케팅으로 분양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특히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준공후 미분양에 대한 충당금 부담까지 가중된 형국이다. 주택전문 중견업체 관계자는 “준공후 미분양이 날 경우, 하자보수충당금에 대한 적립 부담이 늘어나게 돼 잔여 미분양을 최대한 빨리 털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원폭탄, 입주거부 등 기계약자의 저항이 극심해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순익급감으로 직결돼 ‘제살깎기’사업장으로 전락하는 일도 다반사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해 미분양 해소를 위한 분양가 할인 금액만 8765억원에 달해 대규모 영업적자(3600억원)를 냈다.
할인분양에 뒤따르는 ‘분양가 거품 논란’도 골칫거리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할인 공급으로 개발이익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는 경우에도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잦은 할인분양은 수요자들의 가격민감도를 높이고 대기수요까지 발생시켜 사업하기 더 힘든 시장 구조를 만들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미분양 사업장에 묶여 있는 돈을 풀어내야 신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돌릴 수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신속히 부실 사업장을 정리해야 한다”며 “특히 시장 침체 속에 몸값을 낮춘 신규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면서 가격인하 없는 미분양 아파트는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미분양 떨이세일’은 ‘착한 분양가’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를 높이고, 이는 곧 신규분양 단지의 추가적인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부르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김민현 기자/kies@heraldcorp.com